[신충청기획] 25. 영동 월류봉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있는 월류봉(月留峯)은 '달도 머물다 가는 봉우리'라 하여 붙어진 이름이다. 달이 놀다갈 만큼 아름답다는 것이다. 깎아 세운 듯한 월류봉 밑에는 초강천 맑은 물이 휘돌아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월류봉 위에 달이 뜨면 신선놀이가 따로 없다는 것이 이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우리 일행이 이곳에 도착한 날은 구름이 많아 달을 볼 수가 없었다. 너무 아쉬웠지만 보름에 맞춰 꼭 한번 찾아오자고 다짐할만큼 월류봉의 인상이 깊게 남아 있다.

월류봉은 황간역에서 서북쪽으로 2.5㎞ 정도 떨어져 있다. 그래서 기차 여행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월류봉은 해발 400.7m의 작은 봉우리이지만 절벽위로 높이 솟아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깎아지른 바위산이다.

▲ 초강천을 바라보며 월류정의 아름다운 풍광이 그림과 같다.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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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 송시열 선생도 이곳에 머물면서 한시대를 보냈으며 월류봉 앞에 한천정사를 지어 글을 쓰고 강론을 펼쳤다고 전해진다. 한천정사가 요즘 제대로 관리가 안돼 이곳저곳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이대로 뒀다가는 머지 않아 정사가 크게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문화재 관리 당국이 하루빨리 손을 봐야 할것으로 생각이 됐다.

한천정사로 인해 월류봉 인근의 경치를 한천팔경(寒泉八景)이라 했는데 월류봉을 비롯하여 산양벽, 청학굴, 용연대, 법존암, 냉천정, 사군봉, 화헌악을 이르는 말이다.

이 중에 으뜸은 월류봉이며 그래서 오늘도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것이다. 특히 월류봉 아래의 정자 월류정을 배경으로 하천과 함께 사진을 담기 위해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몰려 오고 있다. 제2경 산양벽(山羊壁)은 병풍 처럼 깍아지른 절벽에 뿌리 내리며 자라는 소나무들이 한폭의 그림과 같다.

청학굴(靑鶴窟)은 법화천을 건너서 월류정을 바라보며 전나무숲을 지나 월류5봉 방향으로 오르다 만나는 굴이다. 대략 20여m 자연 동굴로 가을이면 동굴 주변의 단풍이 일품이다. 청학이 깃드는 굴이라 하여 이름 지어졌다.

제4경 용연대는 산줄기가 평지에 우뚝 솟아 용연(龍淵)에 이르러 솟아난 돌머리와 같은 모양이다. 법존암(法尊菴)은 현재 없어졌는데 원촌리에 있었던 작은 암자를 일컫는 말이다. 냉천정(法尊菴)은 법존암 모래밭에서 솟은 샘줄기가 여덟 팔자로 줄기차게 쏟아져 나와 팔연(八淵)이라 하였는데 여름은 차고 겨울은 따듯하다고 전해진다.

사군봉(使君峯)은 나라의 사신이 되는 산이라 하였으며 겨울철 백설이 덮히면 이 산이 비단을 둘러 놓은것 처럼 아름답다 했다. 제8경 화헌악은 사군봉 서남쪽의 산봉우리이며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무더기로 나 있어 화헌악이라고 불렸다.

단양팔경, 양산팡경, 한천팔경 등 충북에는 유독 팔경이 많으며 괴산의 자랑 화양은 구경이어서 이채롭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팔경과 구곡은 나름대로 아름다움이 있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는 곳이다.

겨울이 되면 월류봉 산행도 인기다. 농장을 기점으로 당고개를 지나 월류5봉으로 올랐다가 4봉, 3봉, 2봉, 1봉, 기룡대 주차장으로 하산 하는 코스가 가장 인기있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가지 등산길이 있지만 많은 등산객들이 이 길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2봉과 1봉 주변에서는 한반도 지형을 내려다 볼수 있어 더 없이 좋은 곳이다.

한반도 지형을 그대로 빼 닮은 산은 강원도 영월과 옥천군 대청호변 또 이곳 월류봉 등이다. 산위에서 내려다 보면 흐르는 물이 산을 휘돌아 한반도를 연상하게 하는 곳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 지형이 있는 이곳을 찾고 있다. 겨울이면 하천에 얼음이 얼어 한반도 지형이 더욱 뚜렷하다. 요즘 월류봉을 찾는 사람들이 유독 많은 이유가 한반도 지형을 바라보기 위해서다.

월류봉에 가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곳이 또 있다. 한국전쟁 당시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일어났던 양민 피살사건의 현장이다. 경부선 서울 기점 225㎞ 지점에 있는 노근리 쌍굴은 당시의 상흔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시멘트 벽에는 기관총 자국이 선명하여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노근리 사건은 쌍굴에 피신한 피난민을 향해 미군이 무차별적으로 기관총을 난사 250~3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그후 이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한 정은용씨의 증언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심천면 고당리에 있는 옥계폭포도 둘러볼 만하다. 옥계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1㎞쯤 가면 저수지가 있고 이곳에서 300m 올라가면 높이 30m의 장엄한 옥계폭포가 나온다. 영동은 예로부터 경치가 아름답고 곶감이 많이 나기로 유명한 고장이다. 월류봉에서 풍류를 즐겼던 옛 선인들도 그래서 영동을 잊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일행도 월류봉의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할 것 같다./글·사진=조무주 대기자
▲ 달이 머물다 간다는 월류봉에는 사계절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사진작가들은 좋은 작품을 찍기위해 이곳을 찾아온다.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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