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불과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여야의 공천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당명을 바꾼 새누리당은 정홍원 변호사를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본격적인 공천활동에 들어갔다. 민주통합당도 개혁성향의 강철규 우석대 총장을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임명한데 이어공심위원 선정도 모두 끝냈다. 여야가 총선이라는 전쟁터에 내보낼 '장수'를 선발하는 기본 골격을 모두 갖춘 셈이다. 앞으로 한달후면 여야의 공천작업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부터 한달간 계속되는 공천작업에 있어서 여야 모두 얼마나 유권자들의 흡족해 하는 좋은 후보를 내세우느냐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민주통합당의 우세와 새누리당의 열세가 예상된다. 민주통합당은 지난해말 시민단체와의 당대당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데다 여당의 잇단 악재에 힘입어(?) 은근히 이번 총선의 승리를 기대하는 눈치다. 반면 새누리당은 속된 말로 죽을 쑤고 있다. 사상 초유의 디도스 사건에다 전대 돈봉투파문 등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는 악재에 당지지도가 민주당에 역전당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정치적 구도를 고려할때 지금 당장 선거를 한다면 새누리당의 필패, 민주통합당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은 그렇다고 볼 수 있지만 앞으로 2개월 후 정치적 상황은 어떻게 변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정치적 상황이 민주통합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나락까지 떨어진 새누리당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반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이번 공천에 당의 모든 역량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일단 겉으로는 여야 모두 국민의 눈높이 맞춘 공천을 하겠다는 기본 노선은 같아 보인다. 공심위원장을 기존 정치권에서 한발 벗어난 인사를 임명함으로써 공천의 객관성과 선명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누리당 정홍원 신임 공심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개인의 출세를 위해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며 "우리나라의 지도자가 돼야 할 사람은 개인의 영달보다 국민의 복리, 국민의 영달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공천의 핵심 키워드는 쇄신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공천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하튼 이런 여야의 노력은 결과에 따라 국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도 있다고 본다. 다만 이러한 국민 눈높이에 맞춘 공천이 이번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일관된 원칙과 시스템을 차제에 갖출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정치권은 선거때마다 공천혁명을 부르짖었지만 계파간 정파간 나눠먹기식 공천이라는 오욕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정치 구태를 벗고 국민으로부터 호응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로 한 '공천지수'를 만들 필요가 있다. 좀더 주문을 하자면 모든 선거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면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선거별로 나누어 공천지수를 계량화하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몇가지 기본 원칙은 그대로 두고 선거별로 특수한 사항을 반영하는 형식으로 지수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본다. 그래야만 공천때만 되면 떠도는 살생부나 근거없는 유언비어도 사라질 것이고, 공천을 받은 후보나 떨어진 후보 모두 군소리가 없을 것이다. 모처럼 불고 있는 여야의 공천혁명 바람이 선진 공천문화의 원년의 되는 디딤돌이 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김정호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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