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대구의 중학생 사건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학교 폭력 실태가 충격을 주고 있다. 중·고등 학생들이 이처럼 잔인하게 폭력을 휘두룰 수 있나 의심이 갈 정도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학교 폭력은 조직폭력배 수준을 닮아가고 있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후배를 저수지에 빠뜨리고 의자에 앉힌후 음료수를 부어 공포심을 주었다. 이것은 약과고 머리만 내놓고 땅속에 묻거나 기중기에 매달기도 했다. 이같은 폭력은 3학년이 2학년에게, 또 2학년이 1학년에게 자행됐다. 이런 폭력이 무려 300여 차례나 반복됐다고 한다.

폭력이 수년간 지속됐는데도 학교에서는 전혀 이를 파악을 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 학교 안모군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권모 군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한다.

정부는 최근 초·중·고 학생 580만 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중 100여만 통의 답장이 왔는데 '일진 언니에게 돈을 상납했다', '수업이 끝나면 뒷골목으로 끌고가 밟고 때린다', '일부 일진에 대해 선생님이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 한다'는 등 학교 폭력에 대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청주에서도 후배를 폭행한 중학생이 구속됐다. 청남경찰서는 교내 서클을 결성하여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청주의 모 중학교 3학년 A군(15)을 구속했다. A군은 지난달 18일 오후 충북 청주시내 한 PC방에서 같은 학교 후배인 2학년 B군(14)으로부터 6000원을 빼앗는 등 수차례에 걸쳐 B군 등 학교 후배 2명을 때리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다. A군한테 시달리다 못한 B군은 수차례에 걸쳐 다량의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경찰조사결과 A군은 지난해 초순 또래 학생 16명을 모아 폭력서클을 만들어 최근까지 B군 등 후배들을 상습적으로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청소년 가운데 구속되는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폭행이나 금품 갈취로 형사처벌을 받은 청소년 1300여 명 가운데 1%에 해당하는 12명을 구속했다. 이는 지난해 학교폭력 청소년 구속률 0.27%에 비해 3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경찰이 학교폭력에 적극 대처하면서 폭력과 금품 갈취 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되면 구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학교폭력을 저질러 검거된 학생은 2만1957명이며 이중 103명이 구속됐다. 하루 평균 61명이 학교폭력으로 입건되는 셈이다. 단순 폭력이 1만4837명(구속 28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금품을 빼앗아 붙잡힌 경우도 3902명(구속 24명)이나 됐다.

학교 폭력은 새학기가 시작되는 4~6월 사이에 가장 많았는데 이는 새로운 학급이 편성되어 조직의 짱이 되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05년 고교연합 폭력서클이 주도한 여중생 집단 성폭력을 계기로 종합적인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대책을 추진한 바 있다. 학교폭력이 음성화된 원인으로 가해 학생들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기피한 것으로 보고 매년 신학기 초 3개월간 '학교폭력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도 왜 학교 폭력이 줄지 않는 것일까. 자진 신고 기간에 신고만 하면 선도 차원에서 대부분 훈방했기 때문이다. 폭력이 자주있고 금품을 갈취하는 등 죄질이 나쁘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하나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경찰이 강력하게 단속을 못하는 원인도 있다. 학교 폭력은 이제 학생들의 폭력으로 봐서는 안된다. 조직폭력배를 수사하는 것 처럼 강력하게 수사하고 또 해당 학생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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