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敎壇)이 심상치 않다. 교육계가 학생인권조례에 휘둘리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여중생이 투신 자살하는 상황에 이르도록 교사로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입건된 중학교 교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키로 하면서 교사의 법적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교 폭력 피해 학생 부모들의 '줄소송'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교육계가 요동치고 있다. 교권(敎權)이 추락을 넘어 아무런 의미 없는 사전 속의 일개 단어(單語)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교사들 책임 묻기 위한 수단


급우들의 폭력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대구의 한 중학생 자살과 관련,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해 만들었다는 이 대책은 피해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가해 학생 처벌과 함께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학교장과 교사의 역할·책임도 강화했다. 학교폭력 은폐가 발각되면 학교장과 관련 교원을 강력하게 징계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 상급학교 진학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포함됐고 폭력 가담 등 품성과 생활 태도에 대한 기록도 상급 학교에 전달된다. 조직폭력배를 방불케 하는 청소년 폭력서클과 일진 색출을 위해 일진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면 경보를 가동하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갖가지 방안이 나왔다. 그러나 이 대책이 엉뚱하게 힘없는 교사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 까 걱정된다. 충북은 물론 전국이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시끄러운 가운데 정부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이 바닥까지 추락한 교권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새학기를 앞두고 각급 학교 교사들 사이에 담임교사와 학생지도부장 기피 현상이 팽배한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책임론에 휩싸이게 되는 담임교사와 학생지도부장을 서로 맡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고등학교에서 학교 폭력과 관련,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고3 담임을 가장 선호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겠는가. 교사들 사이에 '선호학교'와 '기피학교' 구분도 뚜렷해지고 있다. 생활고로 자녀 지도에 신경쓸 여유가 별로 없어 학생 지도에 어려움이 뒤따르는 빈촌(貧村)에 있는 학교가 '기피학교'가 됐고,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돼 가정에서 아이들 교육에 보다 세심하게 신경쓸 수 있는 이른바 부촌(富村)에 위치한 학교가 '선호학교'가 됐다. 교사들의 '책임 회피'라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고, 남편(부인)이자 부모인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누가 손가락 질을 할 수 있겠는가.


-여론 들끓으면 나오는 대책


그동안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여론이 들끓으면 정부의 대책이 나왔다. 김대중 정부 때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이 펼쳐졌고, 노무현 정부 때는 전직 경찰관이 학교에 상주하는 스쿨 폴리스 제도도 시행됐다. 그러나 교실이나 학교 밖에서 은밀하게 일어나는 학교폭력을 막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하면서 흐지부지됐다. 대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실에 제대로 맞느냐와 얼마나 지속적으로 시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신고할 경우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원인이다.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고, 성과를 거둬야 모두가 체감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 경찰력 동원과 교사의 책임·처벌 강화가 학교 폭력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없다. 학생들의 바른 인성을 길러주고 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시간이 지나면 점차 희미해지다가 결국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마는 종전의 대책과 마찬가지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헌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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