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SSM은 아파트 단지를 비롯하여 장사가 될만한 곳이면 어김없이 들어서 동네 슈퍼나 재래시장의 상권을 빼앗아간다. 이 때문에 소상인들이 엄청난 빚을 지고 폐업하기 일쑤고 문을 연 곳이라도 파리를 날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견디지 못한 전북 전주시의회가 대형마트 영업 제한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전국 처음으로 제정했다.
이 '대형마트 휴업일 지정' 조례안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매월 두번째, 네번째 일요일을 휴업일로 지정하고 24시간 영업도 제한하여 0시~오전 8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조례안을 위반했을 때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충남 서산시의회도 비슷한 조례를 제정했다. 서산시의회는 지난 23일 '서산시 전통상업 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은 매달 둘째, 넷째주 토요일로 정해졌으며 오전 0~8시 까지 영업을 하지 못한다. 다만 한해 매출액 중 농수산물 매출액 비율이 51% 이상인 대규모 점포 등은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업일 지정에서 제외시켰다.
전주시의회와 서산시의회가 다른 것은 일요일 대신 토요일에 쉬게 했으며 농산물 매출액이 많은 곳은 예외로 했다는 것이다. 서산시의회는 우수한 지역 농특산물의 우선 구매와 직원 선발 때 지역인재 우선 채용 등을 담은 '서산 입점 대형 유통업체의 지역사회 상생협력 촉구결의문'도 함께 채택했다.
전주대형마트 입점주들은 전주시의회가 제정한 규제 조례에 대해 무효 소송을 낼 예정이다. 그러나 대규모 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 발전을 위해 '유통산업 발전법'이 공포됨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대규모 점포와 준 대규모 점포에 대해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어 대형마트의 소송이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체인스토어협회도 이미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을 해놓고 있다.
충북도의회와 청주, 충주, 제천, 청원 등 대형마트를 보유한 충북도내 시·군의회에서도 대형마트의 일요일 의무 휴업을 추진키로 결의했다. 지난 21일 제천시의회에서 연석회의를 연 5개 지방의회 의장단은 매월 둘째와 넷째주 일요일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또 매일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대형마트의 지역 농축산물 판매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대전시도 대형마트의 0시~오전 8시 영업을 제한하고, 한달에 두 번의 의무 휴일을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 및 조정조례를 개정할 방침으로 알려졌으며 천안시도 시민단체, 유통업체, 시의원 등 각계인사들이 참석한 '유통업 상생발전 협의회'를 열어 영업 규제 관련 의견을 들었다. 천안시는 대형 유통업체 휴무일 제정 관련 조례안을 다음 달 중 입법 예고하고 4월 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이 줄어들면 이곳에 근무하는 인력의 감축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당장 일자리를 잃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大)를 위해 소(小)가 희생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각 시·군의회의 입장인 것 같다. 이번 각 자치단체의 조례 개정이 침체한 골목 상권을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조무주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