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잊혀져 가는 풍경 ⑥

'뻥' 소리에 30년 추억 '솔솔'





뻥이요 뻥

먹을 것이 흔치 않던 때 골목에서 뻥튀기 아저씨 소리가 들리면 어디선가 모인 동네 아이들이 귀를 막고 한걸음씩 뒤로 물러선다.

'뻥'소리와 함께 부풀려져 나온 뻥튀기만 봐도 마음이 절로 풍성해지던 시절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풍성해지고 간식거리도 서구화되면서 뻥튀기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청주 상당구 우암동에서 뻥튀기 가게를 운영하는 뻥튀기 장수 30년 경력의 유정희씨(63).

괴산이 고향인 유씨는30대에 증평으로 건너와 뻥튀기 기계를 싸게 판다는 선배의 소개로 뻥튀기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며 증평 일대에 기계를 메고 안다녀 본 곳이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뻥튀기 장사는 일단 '뻥'소리로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 급선무라며 제일 처음 옥수수와 쌀, 콩 등 뻥튀기 재료를 가져온 손님에게는 공짜로 튀겨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매일 지게에 기계와 땔감을 싣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뻥튀기 장사를 해 온 유 씨는 3년 전 현재 터에 정착했다.

지게로 지며 장사할 당시 한 바가지 튀기는 가격은 300원이었으나 30년이 지난 지금 한바가지 당 3000원을 받는다.

또 나무로 불을 지피고 손으로 기계를 돌리던 것이 지금은 모터가 기계를 돌려주고 가스로 불을 지핀다.

유씨는 비록 지게에 지고 다닐 때 힘은 들었지만 장사가 잘 돼 즐거웠다며 20~30여년 전만 해도 하루 평균 20번 정도는 튀겼으나 요즘은 손님이 없어 다섯번 튀기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요즘 색소와 화학 첨가제로 포장된 과자들이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옥수수와 쌀, 콩 등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로 만들어진 가장 건강한 군것질 거리가 바로 뻥튀기라고 강조했다. /이영헌기자 sm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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