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두발, 복장 자유화 등 개성을 실현할 권리, 소지품 검사 금지, 휴대폰 사용 자유 등 사생활의 자유 보장, 양심·종교의 자유 보장, 집회의 자유 및 학생 표현의 자유 보장,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교육센터 설치 및 학생인권침해 구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권조례에 대한 찬성측은 교사들은 효율적 통제라는 명목으로 죄의식 없이 체벌과 두발 및 복장 규제를 해왔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억압과 규제에 익숙해져버린 학생들은 그들 스스로 인권이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인권조례를 통하여 자유와 책임을 교육현장에서 익힘으로써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에 반대측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추스르기가 어려울 것이란 입장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을 다스리는 법과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해가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권조례는 학생 사이의 인권침해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어렵고, 학생에 의한 교사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학교는 일정한 목적을 갖고 전문직 교사가 집단으로서의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으로 정의된다. 공자는 '대학'에서 군자의 학문의 목적을 '명덕(明德)을 밝히는데 있으며, 민(民)을 새롭게 하는 것에 있으며, 지선(至善)에 머무는 것에 있다'고 하여 덕성이 중시하였다. 학교에 대해서는 예의를 중시하여 학생의 권리 주장을 학교 본래의 목적으로 인식하지는 않은 듯하다.
근대에도 학교는 인류의 문화적 가치 즉, 언어·과학·기술·예술 등을 매개로 한 학생의 학습을 통하여 그 능력의 성장·발달을 지향하고 있다. 학교의 기능으로는 국민형성·직업적 훈련·교양의 육성 등을 제시한다. 특히 국민형성의 기능을 국민교화 기능과 구별하여 학교가 국가권력의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경계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교육의 실용적 기능보다 인간의 내면적인 풍요함을 배양하는 교양의 기능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영국의 마이클 고브 교육부장관은 교사가 학생에게 매를 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가 학생들의 신체적인 활동에 제약을 가할 수 있고 문제를 야기하는 두 학생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하고, 그들을 학급으로부터 떼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폭력 학생 수가 증가하고 교권 실추 상황이 심각해지자 10여 년간 진행해온 '교사·학생 신체접촉금지 정책'을 폐지한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에서도 학생 인권에 대한 명시적 표현은 존재한다. 1990년에는 '청소년의 권리·의무, 가정의 기능, 학교의 사명, 청소년 건전육성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 및 책임'이 담긴 청소년 헌장을 선포한 바 있다. 때문에 또 다른 어떤 명시적 선언이나 표현보다는 교육 공동체의 사회적 합의와 실천이 더욱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기이다. 인권조례 공표로 산재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것은 너무나 근시안적 태도로 판단된다.
학생은 교사의 순수한 사랑과 열정을 먹고 완성되어 가는 미완의 존재이다.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올곧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의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격언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이다.
/김재국 세광중교사·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