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量田之法은 下不害民하고 上不損國하여 唯基均也니라(토지를 측량하는 법은 아래로 백성을 해치지 않고 위로는 국가에 손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공평하게 처리할 적임자를 먼저 얻은후에 해야 한다).'

정약용 선생이 지은 목민심서 6편 호전육조 전정 토지제도 및 공평 과세편에 나오는 말이다. 예부터 토지는 부의 축적 수단이자 나라의 살림살이를 위해 세를 거둬들이는 과세 대상으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토지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현대에도 토지는 자본주의의 근간으로 토지 제도가 흔들리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이로인한 세수 감소로 인해 국가는 존망의 위기에 놓이게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토지측량 업무를 처리할 적임자를 얻은 후에 해야 한다고 가르침을 주고 있다.


- 편법 토호와 공무원 안일한 업무 처리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보은군 속리산면 구병리 마을의 경우 두번의 부동산특별조치법 시행으로 수많은 토지의 주인이 바뀌며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 편법을 동원한 토호와 일부 공무원의 안일한 업무처리가충격을 주고 있다. 특별조치법 시행 당시 구병리에서 신청한180여 건을 분석해 본 결과 신청인은 4명의 필적으로 분류되고 있고, 명의신탁을 통해 마을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과 가족, 친·인척들은 수 십 필지의 소유권 보존을 인정 받았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했으며 일부는 상속을 통해 부를 이전했다. 출향인사들 가운데도 토호 세력과 손잡고 명의를 빌려줘 토지 소유권을 인정 받고, 토지 매매시 각종 세금에 사례금까지 받아 가며 불법에 가담한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곪은 문제가 표출되고 있음에도 온통 총선과 대선에 눈이 멀어 해바라기처럼 위만 바라보고 잘못된 점을 적극 바로 잡겠다고 나서는 공무원이 없다. 오히려 자신이 각종 승진이나 보직 등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토호세력의 비리를 감싸는 기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 제도 보다 운용하는 사람이 화두


농사에 전념하겠다며 후계 농업인으로 지정돼 정부의 장기저리 융자 혜택까지 주고 담당 공무원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그동안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아 논·밭은 잡초와 수목이 자라 농사를 짓지 못하는 땅이 됐고, 후계농업인 영농 등 관리상황을 매년 농림부에 보고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허위보고를 했다는 이야기다. 국민의 세금으로 정주 여건이 불리하고 경사도가 높아 농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지급되는 정부보조금인 조건불리지역직불금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마을발전계획서에 의한 공동기금 조성 등의 의무를 이행토록 하고 있지만 공동기금을 수년간 유용할 때까지 담당공무원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허위로 보고된 내용을 토대로 농림수산정책이 만들어졌다면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부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올바른 농업경영보다는 관공서 문턱이 닳도록 정부의 각종 정책 보조금에 목을 매는 영업 농민도 큰 문제지만, 4년마다 바뀌는 단체장만 바라보며 안위만 생각하는 공무원은 더욱 큰 문제다. 어느 시대나 공무원은 주민의 표상이자 국민의 표본이 돼야 한다.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로 인해단체장은 수 없이 오고 가지만 끝까지 남아 주민들과의 유대를 통해 행정의 핵심을 이끌어가는 것은 공무원들이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맡은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서적과 법률 등을 공부하며 지방자치시대의 꽃으로 최상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직업적인 수단으로 공무원을 선택한 사람들은 더욱 분발해야 한다. 공무원의 잘못된 행정 행위는 수많은 주민들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 효과가 지속돼 끼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를 거울삼아미래를 목표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사람, 즉 인재가 항상 시대의 화두로 등장하는 이유가여기에 있다.


/주현주 보은 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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