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졸업생들을 보내고 허전함은 느끼기도 전에, 햇병아리처럼 예쁜 신입생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하지만 이들은 예쁜이라는 수식어와는 어울리지 않게 서먹한 친구, 새로운 선생님, 낮선 환경에 적응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매년 3월의 학교는 그야말로 동물의 왕국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물의 왕국에서 동물들은 대부분 배설물로 영역을 표시하지만, 3월의 학생들은 나름의 기싸움으로 존재감을 표현한다. 학교 여기저기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고성이 오가고, 생채기를 내고, 울음이 터져 나온다.

3월의 교사는 연중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3월에 수행하는 일들은 연간 업무 중에서 3분의 1일은 넘는 듯싶다. 아침 8시에 출근하여 조회, 상담, 수업, 잡무처리, 종회를 하다보면 벌써 퇴근시간이다.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고 1주일이 하루나 이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언젠가 공신력 있는 한 기관에서 교사에 대한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교사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직업인(57.9%), 존경받는 사람(25%)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교사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회적 존경(49%), 경제적 대우(18.9%)라는 답변이 나왔다. 그리고 자애로운 교사(49.3%)와 전문적인 자질(30.1%)을 갖춘 교사를 가장 바람직한 교사의 모습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교사를 존경하는 이유로는 따뜻한 인품 때문이며, 편애하는 교사를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교사의 위상이 상당 부분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교사도 사명감보다는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존경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제자들을 위하여 애정과 관심을 갖고 끝임 없이 베풀 때만이 존경받는 교사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자크 아달리는 교직을 21세기에 사라질 직종 중에 하나로 예언하였다. 오늘의 교육 현실을 주시할 때 이 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교사는 오늘 교육나무 한 그루를 심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작업을 위한 몇 가지 실천 과제를 생각해 본다.

첫째, 학교 현장에서 교사보다는 학생 중심으로 사고방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교사가 학생을 위한 배려를 우선으로 여길 때 학생들 또한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둘째, 명확하게 설명하는 능력을 갖고, 빈틈없는 수업준비와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수업에 대한 열의와 교수-학습 내용과 방법에 대한 고민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셋째,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학생 개개인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평소에 학생 개인의 성격, 가정환경, 관심사항, 고민거리 등 일일이 꼽을 수 없는 것까지 세심하게 관찰해야할 것이다.

넷째, 교사는 일방향적 주입식 수업보다는 양방향적 토론 위주의 수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교실 여건에 맞게 협동학습을 도입하고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교사는 권위나 직책, 직분만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심은 과거처럼 무조건적이지 않다. 학생들의 마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면 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교사는 말과 행동을 일치 시키고 학생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나름의 역량을 배양해야 할 것이다.

다시 교육 철학자 헨리 애덤스의 말을 생각해보자 '스승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은 영원히 지속된다. 그 영향이 어디서 멈추는가는 아무도 모른다.'



/김재국 세광중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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