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천안함 전사자 유족은 취재 도중 '정치 이슈화'라는 단어를 수십번 입에 올렸다.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된 천안함 피격사건이 북한 소행이 자명한데도 여전히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이슈화'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었다.

'자작극','쇼'라는 얘기를 들을 때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아들처럼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이들을 향해 '해적기지'라는 표현을 한 것에 대해서는 '매국노와 뭐가 다들 것이 있냐'며 분노에 치를 떨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이 나라의 젊은이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핏줄끼리 서로 보듬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인간에 대한 도리, 자식을 가슴에 묻은 잃은 비통한 어미의 심정만이라도 헤아려달라고 이들은 울부 짖었다.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의구심이 있을 수는 있다. 이념에 따라 또는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의혹 수준까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 희생한 천안함 46용사와 고(故) 한주호 준위의 명예를 더럽히는 불필요한 언행은 자제했으면 한다. 정치인들끼리 싸우는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면 한다. 그저 시간을 때우는 가벼운 대화의 소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고민 없이 던진 말 한마디가 아들을 잃은 그들에게는 심장을 도려내는 비수가 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지난 26일은 천안함 피격사건 2주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천안함 46용사는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질 것이다. 연평해전이 먼 기억인 것처럼 천안함도 그렇게 잊혀질 것이다. 우리를 지키기 위해 46명의 용사들이 바쳐 지킨 숭고한 희생정신과 애국심을 절대 잊어서는 안되겠다.



/박성진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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