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산악인이며 청주지역 등산모임 레저토피아의 김웅식 대장(48·사진)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네번째 안내서를 펴냈다. 김 대장은 2009년'대청 명산 20選'를 시작으로 상당산성 숲길(2011년),대청호 둘레길(2011년),청주 둘레길(2012년) 등을 청주와 청원의 알려지지 않은 산행로를 발굴하고 소개하면서 자아를 발견하고 있다.그가 전하는 산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 산행 안내서를 제작하게 된 이유는?

- 일찍부터 산에 다니기는 했지만왜 다녀야 하는지 정립이 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하산하면서 가장 나 다운 것이 가장 세계 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뿌리를 찾기 위해 나의 주변 여건과 환경을 찾기 위해 나섰다. 청주에서 태어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5대륙 최고봉을 다 올랐지만 청주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당산성 주변 산행 코스를 알려주는 지도 한 장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그래서 청주를 명품화할 수 있는 대청호 주변의 산을 찾기 시작했다. 상당산성과 대청호 둘레길에 이어 청주 둘레길을 소개하게 됐다.

청주지역 등산모임 레저토피아 김웅식 대장이 그간 자신이 펴낸 4권의 청주 둘레길 안내서를 들어보이고 있다.©권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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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 둘레길를 소개한 이유는?


- 많은 청주시민들이 청주의 아름다운 둘레길을 잘 모르고 있다. 항상 우리 곁에 있으면서도 방치하고 홀대했던 작고도 소중한 것들을 보고 걸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항상 우리 곁을 지키고 우리를 키워주고 만들어 줬던 소중한 것도 사람들은 그냥 당연한 것처럼 지나쳐 버린다. 산도 물도 먼저 살았던 이들의 흔적도 나의 근본임을 깨닫지 못하고 지금 내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다. 하늘도, 땅도, 부모의 사랑도 변함없으리라는 생각은 우리의 착각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변한다. 그것도 너무 빠르게 말이다. 그래서 가장 가깝고 친숙한 것을 알리고 싶어 아름다운 청주 둘레길을 소개하게 됐다. 코스 하나하나에 대해 서정적이고 정확한 개념도를 곁들였고, 교통편, 맛집, 명소 등도 안내하고 있다.

△ 청주 둘레길은?

- 청주 둘레길은 삼한시대부터 시작된 우리 고장의 살아 쉼쉬는 사람과 자연의 흔적을 보고 느끼면서 청주를 재발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길이다. 회색 일색의 도시 문화 속에서 흐릿했던 옛 기억들을 찾아 희망찬 청주의 자화상으로 삼고 싶다. 삼한시대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던 청주를 상당산성, 부모산성, 백제유물전시관, 청주읍성, 가로수길, 무심천 길을 따라 또는 부모산, 팔봉산, 망월산, 구룡산, 매봉산, 우암산, 상당산으로 떠나보기를 권한다. 목적지를 정하고 가는 것도 좋지만 한 발 한 발 그냥 정처없이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나무는 나무대로 그냥 바라보고, 흘러가는 물은 물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소리조차도 그냥 흘러 보내보고 가만히 들여다 보면 뭔가 얻는게 있을 것이다.

▲ ©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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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기 길 조성에 대한 생각은.


- 올레길로 유명해 진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지자체가 걷기 길을 조성하고 있다. 걷기 길은 많은 예산을 들여 조성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10년, 20년 후 후손들에게 되레 부끄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최대한 자연을 건드리지 않고 가능한 훼손되지 않을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런의미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걷는 길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걷는 길을 재발견하고 소개하는 것 이다.

△ 새롭게 준비하는 안내서는.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다섯번 째 시리즈로 지난 2월부터 미호천 수계를 이루는 산줄기와 샛강 주변으로 남아있는 문화, 역사, 생태와 함께 소소한 삶의 이야기 발굴 조사를 목적으로 미호천 샛강 탐사를 하고 있다. 부강 황우산을 시작으로 팔봉산과 피반령을 거친 뒤 한남금북정맥 산줄기를 따라 상당산과 좌구산, 보광산, 속리산을 거쳐 음성 망이산을 분기점으로 금북정맥 산줄기를 따라 서운산, 태조봉을 거쳐 다시 부강 전월산으로 돌아나오는 280km에 달하는 미호천 수계를 이루는 산줄기와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 산이 아닌 물을 주제로 살펴보고 있다. 물을 만들기 위한 산의 역할을 소개하고 싶다.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종착지는.

- 세상을 좀 더 알기 위해 산에서 내려오는 저소 적응을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소개하는 제안서를 만들고 싶다. 전 세계 최고봉을 정복했지만 우리나라 산에 맞는 등산법을 알려주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우리나라 산을 우리나라 사람의 체질에 맞게 소개하고 싶다. 우리나라 등산은 엘리트 체육활동이다. 산행은 산에서 이뤄지는 운동이다. 자연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가 산행이다. 산행을 다니는 방법과 자연과 하나되는 방법을 소개하고 알리고 싶다.

△산행을 즐겁게 하는 방법이 있나?

-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풀벌레 소리, 산새 소리, 바람이 숲 사이로 빠져나가는 소리가 있을 것이다. 온 몸의 세포를 열어 그 소리들을 세포에 기록하듯 녹음해 보기를 권한다. 흙과 교감해 보자. 발바닥에 가만히 집중하면서 걸어보면 흙의 감촉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발바닥 뚫고 전해지는 흙은 털이나 헝겊처럼 보드라우면서도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마주치는 자연물에 마음을 열어 놓는다. 자신의 몸이 스펀지처럼 그것들을 흡수한다고 상상한다. 나무 앞에 선다. 한 손은 나두 둥치에 대고 다른 손으로는 나뭇가지 하나를 쥔다. 그리고 눈을 감고 나무의 에너지가 나를 감싸게 한다. 나무로부터 어떤 보이지 않는 팔들이 나와 나무에게로 더 가깝게 끌어당기는 느낌을 느껴본다.

△ 산에 오르는 이유는?

- 세상에 진 빚을 갚고 싶어 산행을 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산을 통해 숨어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나누는 것 뿐이다. 쉽지 않는 일이지만 포기할 수 없다.


▣ 김웅식 대장은?

1984년 청주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첫 동계 산행 때 빙폭에서 추락해 정강이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어도 한 해 100일 이상 산에서 살았을 정도로 젊은 날 산에 몰입했다. 김 대장은 한 해 100회 산행을 20년 넘게 해오면서 1989년 매킨리(6194m) 등정을 시작으로 1991년 아콩카구아(6959m), 1994년 무르모르나야(6400m), 1999년 킬리만자로(5895m), 2000년 에베레스트(8848m), 2001년 엘브루즈(5642m)·시샤팡마(8027m), 2002년 캉첸중가(8586m)· 브로드피크(8047m), 2008년 헌터피크(5360m) 등으로 이어지는 등정 기록을 세운 고산 등반가다. 현재는 등산용품점을 운영하면서 우리 동네 '산'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홍성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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