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이 이렇게 혼자 몸뚱이로 살다가 가면 사회가 유지 되지 않을 텐데 자식 여럿 낳은 사람들은 키우느라 얼마나 힘이 들겠어요? 그래서 아프면 쓸 병원비만 남겨 놓고 다 안의고교에 내 놓기로 했습니다. 정부 지원받지 않고 내 힘으로 살다 가는 게 제 소망이에요."
경남 함양군 안의면 안심마을 산골짜기에서 홀로 염소 40마리를 키우는 일흔여덟 정갑연 할머니가 평생 모은 돈 1억 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하면서 한 말이다.
서울의 국공립 어린이집이 670곳인데 대기자가 1000명이 넘는 국공립 시설은 102곳이나 된다고 한다. 강남의 한 어린이집은 4100여 명이나 누적이 되어서 지금 태어난 아이를 신청해도 초등학교 입학 전에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유아 무상교육 정책이 실시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나라의 대단한 교육열을 느낄 수 있지만 공짜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하겠느냐고 혹자는 말한다. 이렇게 너나없이 나랏돈에 기대 살려고 하는 세태에 산골의 세 평 단칸방에 살면서도 꿋꿋이 혼자 힘으로 살다 가겠다는 염소할머니는 참으로 훌륭하신 분이다.
아흔 아홉 섬 갖은 사람이 한 섬을 채우려는 속성 때문에 부자가 천당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빠져 나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속담이 있는데도 말이다.그 할머니는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해서 무학에 가깝다고 하니까 더 존경스러우면서도 교육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든다. 많이 배운 명망가나 정치가 보다 더 올곧고, 베풀면서 동행하려는 의지가 강한 분이어서 이지요. 저출산의 시대에 후손을 남기지 않아 미안하다는 말은 아이 키우기 힘들어서 많이 낳지 않겠다며 나라 덕을 보려는 우리 세대를 부끄럽게 한다.
인간의 심성을 논하는 사상 중에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과 순자가 주장한 성악설이 있다. 인간은 본래 악하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선(善)이 생긴다고 하는 사상이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이다. 그래서 흔히 교육을 성악설에 기초한다. 인간은 본래 선과 악의 개념을 갖지 않으며 후천적인 요인으로 선과 악을 구분하고,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선과 악의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져서 인간은 악해질 수 있다. 교육을 받고 교육을 하는 우리들은 무한 경쟁사회에 내 몰리는 환경에서 살았고 그 할머니는 청정지역 무공해 대자연속에서 살아 순수한 인간성 그 자체가 보존 되었는지도 모른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공존의식이 더 있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할머니와 교육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얼굴생김이 다른 만큼이나 다른 70억 사람들이 한 시대라는 길을 동행하고 있다. 염소 할머니같이 사회에 공헌하는 배운 사람들의 인터뷰나 기사를 기대한다면 인사이더의 지나친 욕심이라고 할런지…. 그래도 봄이 오면 꽃이 피어나듯 다 같이 함께 가는 평화로운 동행이 되길 소망한다.
/이영희 충북학생수련원 기획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