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은 봄으로 가득찼지만 농민들의 희망가는 국회의원을 향한 후보자들의 목소리에 묻혀 흔적도 없다.

한·미 FTA가 발효됨에 따라 농축산물 수입관세가 철폐되며 향후 15년간 충북의 경우 농·축산 분야에서만 연평균 736억원씩 모두 1조1044억원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남부3군은 농업군 답게 FTA 해법도 후보마다 특색을 갖고 있다. 새누리당은 FTA 체결에 따른 후속대책과 농업의 경쟁력 확보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당선되면 FTA폐기를 공약으로 농민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공천권을 거머쥐고 있는 국회의원의 구령에 따라 병아리 학교가듯 도·군의원들은 농민의 아픔은 아랑곳없이 선거판에 출근해 눈도장 찍기에 바쁘다.

다음 지방선거에 뜻을 둔 몇몇 도·군의원은 의정활동을 팽개친 채 총선 후보 사무실에 달라붙어 다음 공천을 목표로 사생결단이다. 표를 갖고 있는 다수의 농민과 주민들은 이들에게 선거철만 돌아오면 적당히 구슬러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순간 만을 모면하면 우직하게 표를 주는 산일 뿐이다. 입으로는 FTA를 걱정하지만 남부3군 의원중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농업 경쟁력 확대 방안을 제시한 의원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총선판에 눈도장 찍을 시간이 바로 도·군의원들이 의회에 남아 밤에 불밝히며 머리를 맞대고 선진 농업 사례를 연구해 지역 실정에 맞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소중한 시간이다.

이판저판 기웃거리며 자신의 안위와 영달 만을 위하라고 선출해 준 것이 아니다. 산은 남을 속일 줄 모르고 우직하지만 산이 한번 노하면 흔적도 남기지 않는 법이다. 양심이 남아 있다면 이 봄이 가기 전 누구를 위한 의원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주현주 보은 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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