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꽃 피네/꽃이 피네/갈 봄 여름 없이/꽃이 피네/산에/산에/피는 꽃은/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꽃이 좋아/산에서/사노라네/산에는 꽃 지네/꽃이 지네/갈 봄 여름 없이/꽃이 지네

김소월이 1924년에 발표한 산유화라는 시이다. 길을 걷다가도 하늘을 보다가도 스쳐가는 바람을 마주하다가도 자주 이 시를 떠올리며 읊조린다. 그 옛날 33세에 요절한 젊은 영혼이 이러한 시를 남긴 것이 늘 어떤 기적이라 여겨진다.

내가 이 시를 좋아하는 것은 물흐르듯 막힘없이 연결되는 운율뿐만 아니라 음미할수록 정이 들고 생각할수록 깊은 철학을 담고 있어 매료된다. 겉으로는 평이한 듯 보이나 인생과 자연에서 느끼는 근원적 고독감을 꽃을 통하여 형상화한 시인의 고귀한 경지가한없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그래서 꽃은 귀하고 아름답다.요즘 매서운 찬바람과 흙먼지 속에서도 보이는 곳마다 꽃천지이다. 지상의 융단 노란 개나리, 땅에 앉은 다이아몬드 같은 민들레 그리고 하늘로 소리없는 나팔을 불고 날아오르는 하얀 목련, 초산한 여인의 젖물같은 벚꽃이 혼자서 그렇게 피어있다.


- 청주 예술제 막 내려


자연의 예술작품인 꽃들에게 질세라 제 9회 청주예술제가 오늘까지 다양한 축제와 예술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지역인사를 비롯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탁해진 영혼을 맑게 정화하고 기쁨과 충일의 박수에 무심천의 벚꽃들마저 귀를 기울인듯 하다. 특히 개막식 공연에는 충북실버예술단 회원인 70세 넘은 할머님, 시각, 지체장애인부터 초등학교 2~5학년 어린이들로 구성된 청주사랑 어린이합창단도 우리는 친구, 도레미송을 예쁘게 불러 희망의 꽃을 장내에 가득 뿌려주었다.

시인이 노래한 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도 모두 꽃이었다. 예술의 밤에 한송이 꽃으로 피어나기 위해 긴긴 밤
을 둘이서 때론 혼자서 건너온 것이다. 노소를 아우르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 개막공연을 기획한 것은 작은 꽃과 작은 새도 나름 소중하고 의미있음을 시민들에게 일깨워 주었다.


- 창의성 학습 멘토


삶이라는 공간 속에 존재하는 '꽃'은 쉼없는 생성의 순환 작용을 하며, '산'은 존재의 만상(萬狀)을 포괄하는 우주적 공간이자 자아의 인생관이 반영된 구체적 삶의 현장을 의미한다.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도 읽어야하는 사월이다. 청주예술제 행사에는 부모를 위한 영화심리치료 세미나가 있고 밤에는 아르페지오 피아노 앙상블과 연극 '가시고기' 공연이 있다. 이젠 스마트, 스팀 융합을 기반으로 평생교육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전문성, 창의성, 인성을 고루 길러나가야 글로벌 인재로서 살아갈 수 있다. 자녀를 책상에 앉아 있기만을 바라지 말고 데리고 나아가 그가 신에게서 받은 달란트를 개척 발휘하여 행복하게 일생을 살아가도록 부모의 감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자녀가 한송이 꽃으로 저만치 우아하게 피어있을 수 있다. 사람은 왜 예술을 창조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각양각색의 꽃들이 저만치서 묻고 있다.

극단적으로 창의성은 요구하지 말고 허락해야 한다는 것이다.부모, 교사가 먼저 창의성 학습의 멘토가 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박종순 (회인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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