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규칙을 우직하게 지켜내려고 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초등학교 1학년 3반 같다고 한다. 책에 나오는 대로,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만 따라 하니까 이를 두고 다소 비아냥거리며 놀리는 말이다.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도로에서 횡단보도가 멀리 있을 때에도 그냥 건너지 않고 굳이 그곳까지 돌아가서 건너는 사람을 보면 답답하다. 더구나 일행이 있어 다른 사람은 모두 건넜는데 자기만 규칙을 지킨다고 하면 다른 사람은 뭐가 되며 기다리는 사람 생각은 안 하는 것이 되니까 참 이기적인 사람인 셈이다. 길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차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벽창우 같은 사람이라는 평을 면하기 어렵다.

담배꽁초도 그냥 손가락 두 개 사이에 끼워 툭 튕겨 어디론가 시원하게 날려버리면 될 것을 굳이 재떨이나 쓰레기통을 찾아가 버리는 사람을 보면 담배 맛이 떨어진다. 담배 연기를 허공에 후욱 뿜어내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는 왜 막판에 꽁초를 날려버리는 시원함을 마다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처럼 빠르고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나라에서 그렇게 살다가는 언제 어디서 손해를 볼지 모른다. 뭐든지 잽싸게 처리하지 않으면 늘 당하게 되고 결국 낙오하여 무능한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도덕이란 그저 관념속에 있는 '바람직한 생각'이지 그걸 실천한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고 미련한 짓이다. 정직하면 성과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아버지가 초등학생 아이를 옆에 태우고 가다가 그만 신호위반으로 교통경찰에게 걸렸다. 아버지는 차를 세우고 운전면허증 밑에 만 원 짜리를 살짝 감추어 건네주었다. 그러자 경찰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경례를 붙이고 그냥 보내 주는 것이었다. 아이는 눈이 똥그래져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괜찮다, 얘야. 다들 그렇게 한단다."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 회사에 취직했으나 큰 횡령사건을 저지르고 수감되었다. 면회 온 아버지가 "넌 도대체 누굴 닮아서 가르치지도 않은 짓을 했니?" 라고 야단을 치니까 아들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괜찮아요, 아버지. 다들 그렇게 해요."

이 아이가 1학년 3반으로 성장했다면 감옥에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규칙은 누구나 지키는 것이고 언제 어디서나 지켜야 하며 혼자 있을 때나 여럿이 있을 때나 한결같이 지켜야 하는 것이다.

어릴 때 거짓말 하고 규칙을 어기는 것을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엄격히 지도하지 않으면 그렇게 자라는 것인데, 어른이 더 거짓말을 잘 하니 지도가 될 리 없다.

이 사회는 정직한 사람을 원한다. 그러므로 1학년 3반 같은 사람이 신뢰를 받으며 그런 사람이 많아야 한다. 이들은 답답하여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믿음직하여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다.

잘났다고 행세하는 사람은 많지만 믿을만한 사람은 별로 없다. 현실을 무시하고 지나친 이상주의에 빠져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거나 잘못 안내하는 교육자들, 교육청에서 개발한 학력제고 프로그램을 적용도 하지 않고는 열심히 노력하는 동료교사를 폄하하는 직무태만의 교사들, 제 자식 귀한 줄만 알고 학생의 잘못을 지도하는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학부모들은 모두 1학년 3반이 아니다. 그러니 철없는 학생들이 이 야단이다.



/이진영 매포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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