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학교에서는 유엔 사무총장, 로봇 공학자, 경영 컨설턴트,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희망한다고 적은 학생들도 있었지만 B학교에서 그런 꿈을 가진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대신 A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빵사, 요리사, 네일아티스트, 킥복싱 선수, 동물조련사, 사육사 등을 장래 희망으로 적은 학생들이 있었다.
A학교 재학생 아버지의 86%가 대졸 이상인 데 비해 B학교는 67%가 고졸 이하이며, A학교 아버지의 35%가 전문직 및 고위 공무원인 데 비해 B학교는 3.6%에 불과했다고 한다.
도시든 시골이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든 못 하는 아이든 교육의 기회는 동일하게 주어져야 한다. 아니 전자보다 후자에 더 많은 투자를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그들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될 것이다.
기초학력미달자는 어느 학급이나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며 이들은 구제불능이라고 당연시했던 그동안의 타성을 접고 교육해야 한다. 그들의 인생을 위해서도 그러하고 그들과 손잡고 같이 가야 할 공동체이기에 그러하고, 그러는 것이 국가의 발전을 위한 길이며 교사의 책임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계층의 격차가 꿈의 격차를 낳는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충청북도교육청에서는 그 동안 기초학력미달자를 구제하기 위하여 많은 예산과 시간을 투자하였다. 담임교사조차도 이 아이가 정말 구제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지도했는데 제공된 프로그램에 따라 열과 성을 다하여 지도했더니 정말 기적 같이 구제되었고, 심지어는 이제 공부하는 맛을 알게 되었다고 얼굴 가득 웃음을 띠는 아이를 바라보며 감격하여 울었다는 체험담을 여러 곳에서 듣게 된다.
사관생도를 키우듯, 비행사를 길러내듯 예산을 아끼지 말고 투자해야 한다. 나이가 들기 전에, 학습결손이 더 누적되기 전에 빨리 투자해야 비용이 적게 들고 바로잡기 쉽다.
학생을 가슴에 안고 눈을 맞추고 손을 잡아주며 지도해야 한다. 특히 흔들리는 가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모를 허허로이 바라보며 시린 가슴을 부여안고 살아가는 아픈 학생들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학교마저 외면하면 그들이 갈 곳이라곤 없다.
이런 중차대한 일을 두고 강제 학습이니 주입식교육이니 하며 폄하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처사이고 분란을 위한 선동이며 편하게만 근무하겠다는 직무태만이다.
기초학력미달자는 반드시 구제된다. 구제되면 이들은 자신이 속한 계층에 관계없이 좌절하지 않는 용기를 갖게 되고 자아실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잘 사는 사회는 낙오자들을 보살피며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을 뜻한다.
/이진영(단양 매포초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