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학기부터 중학교 1학년과 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에 성취평가제가 도입되었다. 성취평가제는 2011년 12월 13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이다. 과거 1995년에 도입했던 절대평가와 유사하나 원점수와 과목평균 정보를 제공한다는 등의 차이가 있다. 이는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이 비약적 발전하는 디지털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 육성을 위한 교수·학습과 평가 제도의 확립이 긴요하다는 책무성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성취평가제 운영 매뉴얼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첫째, 성취평가제는 이미 모든 학교에서 시행중인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실현과도 맞닿아 있다. 기존의 상대평가제는 학생 수와 비교 집단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는 취약한 부분이 있었다. 따라서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 진로에 따른 다양한 교육과정을 선택, 운영하는 데 무리가 따랐다.

둘째, 상대평가제로는 교과교실제와 다양한 창의·인성 수업모델에서 산출된 결과물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수행평가나 서술형 평가를 도입하였으나 효과는 미미하였다. 상대평가제의 지나친 객관성이 창의적인 수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셋째, 상대평가제가 석차를 중시하다 보니 학업 성취수준을 진단하기 보다는 한 줄 세우기를 위한 평가에 급급한 부분이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급우들 간에도 배타적 경쟁심을 조장하여 함께 더불어 공부하는 협동학습의 정착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넷째, 상대평가제에서는 각 교과의 성취기준을 제대로 제시하기가 쉽지 않았다. 성취기준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니 학생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에 대한 성취수준을 확인할 수 없었다. 따라서 교사와 학생간의 상호 소통이나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을 확장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성취평가제는 이상과 같은 상대평가제의 제도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성취평가제는 개인이 얻은 점수를 비교집단의 규준에 맞추어 서열에 의해 평가하지 않고, 사전에 정의된 준거에 비추어 특정 영역의 성취 여부나 정도에 따라 평가한다. 개인차에 따른 변별이나 상대적인 위치를 파악하기보다는 학생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상대평가제는 상호경쟁으로 발전을 유도했으며, 학습 결과 중심으로 평가함에 따라 인성교육에 부적절하고 교육의 질적 수준 분석에 어려움이 따랐다. 성취평가제는 학습 내용과 과정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 가능하여 교수·학습 방법의 개선이 용이하고 협동학습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학생들의탐구정신 발휘와 창의?인성 함양을 위한 수업 방식의 전환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성취평가제는 교육을 본래 목표를 추구하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식하고, 학생이 무엇을 성취하였는지,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아울러 대부분의 학생이 기대하는 성취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교육평가의 기능을 교수·학습의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시켜야 한다는 선언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성취평가제가 절대평가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는 성적 부풀리기를 답습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기도 하다. 성취평가제가 성적 부풀리기로 악용된다면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성 상실로 인하여 우리 교육은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은 학업성적 관리 실태를 수시로 점검하여 성적 부풀리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공동체가 새로운 교육제도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김재국 세광중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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