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년 외세의 침략과 부패 관리들에 항거하는 민중의 소리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보은군 장내리에 위치한 동학교단은 2대 교주 최시형 선생의 지휘 아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 농민 운동의 산실 역할을 수행했다. 보은취회는 동학 운동이 정치변혁운동, 사회운동, 대중운동, 민족운동으로 발전되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동학도와 농민들이 혁명의 주체 세력으로 부상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역사의 고장답게 5월이면 동학 농민혁명운동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참여율 떨어지면서 같은 행사가 답습되며 쇠퇴기를 맞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훌륭한 하드웨어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살리지 못하고 섬세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이를 통한 동학정신 계승·발전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소중한 역사적 사실이 산재해 있지만 북실전투에서 수천명이 희생됐다는 기록만 있을 뿐 아직까지 희생자 발굴 및 기념사업 등에서는 이렇다할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어 동학의 자손 임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비운의 황후 민비를 역사책에서 되살려 명성황후라는 뮤지컬로 미국 브로드웨이를 점령하며 한민족의 한과 독립정신 및 연출력 등 예술성을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은 민족이다. 농민들이 무너져 가는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제 한 몸 돌보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보은에 모여 나라사랑 염원을 되새긴 혼과 역사의 현장을 널리 알리고 전파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사상의 고귀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보은지역의 훌륭한 동학 혼을 예술로 승화시켜 자손만대에 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술은 인간의 혼을 담는 가장 크고 오래 저장하는 효율적인 그릇이자 변치않는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주현주 보은 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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