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역사 속 명문 교육 '외길'
지난 1964년 생극고등공민학교 설립으로 태동
5400명 졸업생 배출… 음성지역 대표사학 도약
영어전용교실·ICT교실 등과 첨단 기자재 도입

[충청일보] 음성지역 사학(私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삼우학원이다. 삼우학원은 고 허 탁 설립자가 지난 1964년8월 생극고등공민학교를 세우면서 태동했지만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지 못해 배움의 열기로 3년여를 채웠다. 이어 1967년 학교법인 삼우재단이 설립됐고 그 해 생극중학교가 인가를 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삼우학원은 그렇게 근반세기에 달하는 깊은 역사 속에 교육 명문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삼우학원은 설립자의 교육 이념을 받들어 허권 이사장이 학원을 이끌어가고 있다.

▲ 삼우학원의 현재 생극중학교 전경.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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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교육 여건 타개 위해 설립

삼우학원은 너무 열악했던 교육 여건을 조금이나마 개선해보려는 설립자의 애정에서 탄생했다. 삼우학원 설립자 허탁(1935~2007년) 선생은 충주 주덕에서 출생했다. 허탁 선생은 충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학업을 마친 후에는 경찰 간부로 봉직했다.

공직을 떠난 후에는 대한염업조합이사장을 역임했다. 정부 정책과 지역 발전의 상관관계에 늘 관심이 많았던선생은 자신이 직접 정계에 진출해 뜻을 펼치기도 했다. 국회의원으로서 국가와 지역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했다. 정치인으로서 묵묵히 지역을 위해 헌신하던 선생은 지역 주민들의 삶을 돌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이야말로 진정으로 지역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라고 판단했다. 1960년대 당시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는 중학교가 없었다.

이 마을 학생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일부 학생들 만이 무극중학교나 감곡중학교로 진학하는 게 전부였다. 정국이 어수선한 시기이기도 했지만 농촌지역 대다수 학생들은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새마을운동이 불기 전인 그 시절에는 교통도 불편해 감히 중학교를 다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같은 생극면 학생들의 교육 여건을 안타깝게 여긴 설립자는 결국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생극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중학교 설립을 추진키로 결심하기에 이르렀고 행동으로 옮겨졌다.

선생은 1964년 생극초등학교 교실 1칸을 빌려 40여명의 학생이 중학 과정의 수업을 받도록 했다. 지금의 중학교와 같은 생극고등공민학교가 이렇게 시작됐다. 이는 동시에 삼우학원 역사의 모태이기도 하다.

▲ 삼우학원 설립자 허탁 .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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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털어 첫 교실 건축

허탁 선생은 언제까지 초등학교 교실을 기댈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은 떳떳하게 교육받을 환경이 필요했다. 선생은 자신의 재산을 쏟아부어 교실 사옥을 짓기로 했다. 첫번째 교실을 건축하는 데는 선생과 공민학교 교사·학생 모두가 동참했다. 직접 벽돌을 찍고 나르며 손발이 부르텄지만 이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아픔마저도 잊게 했다. 이렇게 해 생극중학교 첫 교실이 탄생하게 됐다. 1967년 5월14일 첫 상량식이 거행됐다. 눈물과 땀으로 지은 교실이었다. 상량식이 있었던 그 날은 오늘날까지 개교기념일로 지켜지고 있다.

▲ 설립 당시 학교 건물.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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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 졸업식, 하염없이 눈물만

1967년 인가를 받은 뒤 이듬 해 3월 첫 입학식을 갖고 수업이 시작됐다. 교사와 학생 모두 자신들의 손으로 한켠한켠 올린 그 교실에서의 수업은 전국 어느 학교보다 열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정식으로 정부 인정을 받은 학교에서 꿈과 희망을 품고 학업에 매진했다. 세월이 흘러 1971년 드디어 첫 졸업식이 거행됐다. 첫 졸업식은 말그대로 '눈물바다'였다.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기 때문이다. 처음 학교를 짓느라 교복 앞 섶이 다 헤지도록 벽돌을 안고 나르던 학생들, 이들을 떠나보내는 선생님들, 옆에서 지켜보는 학부모들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지금도 졸업생들은 그 때의 졸업식 장면을 자주 이야기하며 감격의 순간을 나누고 있다. 삼우학원은 매년 졸업식이 있을 때마다 1회 졸업식과 같은 늘 그런 졸업식이 되도록 학원을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되새기고 있다.

▲ 1회 졸업생.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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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 기해 명문사학 기치 올려

설립자의 교육에 대한 사랑과 눈물로 세상에 등장하게 된 삼우학원은 이제 명문 사학의 자리매김에 여념이 없다.

삼우학원의 건학 이념은 '높은 이상과 진취적 기상을 바탕으로 진리를 갈고 닦아 나라와 겨레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정직하고 성실하며 지혜로운 인간을 육성한다'다. 올해로 48주년을 맞는 삼우학원은 그동안 54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음성지역 명문사학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현재의 교사(校舍)는 지난 1983년 설립자의 자비로 다시 지어졌다. 현대식 건물을 새 단장한 중학교는 발전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첨단 장비와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충북도교육청의 지원을 얻어 교실을 증축하게 됐고, 현대화된 영어전용교실, ICT교실, 도서실, 과학실, 음악실 등과 첨단 기자재가 들어섰다. 학생들은 선배들의 교육열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심심찮게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처럼 명실상부한 학교를 경영하고 있는 현 허권 이사장은 건학이념과 설립자의 유지를 받들어 투명성, 자율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고 있다. 허 이사장은 지(智), 덕(德), 체(體)를 겸비한 사람으로 육성해 사회와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훌륭한 인재로 키울 것을 주문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음성=이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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