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임병구 선생, 전재산 쏟아 중·고등학교 설립
3만4300명 졸업…법조계·학계 인사 다수 배출
학과개편·특기교육 등 통해 지역 명문사학 도약

◈ 한림학원(韓林學園)

[충청일보]학교법인 한림학원은 4·19혁명 이듬해인 1961년 사재를 털어 육영의 씨를 뿌린 고(故) 임병국 선생(林炳球·1911~1970)에 의해 설립됐다.

1962년 계명산 기슭에 충주공업고등학교의 문을 열고, 1964년 병설 충주한림중학교를 개교했다.

충주한림중학교는 설립된 해에 충주북여자중학교로 교명을 바꿨고, 충주공업고등학교는 1966년 충주여자상업고등학교로 학제를 변경한 뒤 2010년 한림디자인고등학교로 새 이름을 찾았다.

한림학원은 반세기에 걸친 교육 헌신으로 졸업생 3만 4300여 명을 배출하며 충주지역 여성인재의 산실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 임승규 이사장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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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문에 길을 묻다
한림학원 설립자 고 임병구 선생은 일제강점기 당시 엄친 슬하에서 한학을 배우며 자랐다.

당시 선생의 선친은 마을에서 유일한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선생은 가업을 돕던 중 신학문을 익혀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웃지못할 체험을 하게 된다.

어느날 그는 세무서에서 양조장으로 고지서 한 장이 날아와 세금을 납부하라는 의미인 줄 알고, 선친의 심부름으로 읍사무소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 고지서가 세금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과오납된 돈을 찾아가라는 통지였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선생은 일본어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고지서의 내용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선생은 한학을 통해 익힌 전통윤리와 실용학문을 두고 번민하다 마침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선택의 길로 접어든다.

정규학교를 찾아가 자식 또래의 나이어린 학생들 틈에 섞여 신학문을 공부하게 된 것이다.

◇나라의 혼란, 비로소 지평을 열다
선생의 향학열은 충주교육의 지평을 여는 데 모아졌다. 해방 이후 혼돈 속의 나라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조차 어려웠다.

급기야 세계사에 유례없는 동족상잔의 현장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참혹한 전쟁을 겪은 뒤 정치에 뛰어든 그는 1952년 충주군의회 의장, 1958년 충청북도교육위원을 역임했지만 1960년 4월 학생들이 일으킨 4.19혁명을 겪으면서 그는 정치에 회의를 느끼고, 국가와 지역사회를 바르게 일으키는 길은 교육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마침내 선생은 선대의 유산과 스스로 이룩한 자산을 투자해 1961년 12월 30일 학교법인 한림학원을 설립한다. 이듬해인 1962년 학교를 짓고 광산을 팔아 학교 운영비를 마련해 충주공업고등학교를 개교하자 배움에 목말랐던 가난한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당시 선생은 운영하던 양조장에서 연탄을 가져다 난방에 보태고, 모자란 교원들의 봉급을 그의 주머니에서 꺼내 충당하는 등 모든 열정을 교육에 쏟았기에 새 양복 한 벌을 맞춰 입지 못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림학원은 서서히 충주지역 교육의 산실로 자리잡아 갔다.

1964년 충주한림중학교를 개교했고, 그 해 12월 충주북여자중학교로 교명을 바꿨다.

1966년에는 충주공업고등학교를 충주여자상업고등학교로 학제를 변경했다.

이후 44년간 운영을 지속해오다 지난 2010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한림디자인고등학교로 재탄생된다.

2012년 현재 한림학원은 3만 43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지역의 명문 사학으로 성장해 있다.

◇새로운 도전, 세상을 디자인하다
'미래를 대비하는 진취적인 인재 육성'을 경영목표로 내건 충주북여자중학교(교장 임홍규)는 학력 제고와 창의적 인성교육 내실화, 글로벌 인재육성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 충주북여자중학교 교사 전경.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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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북여중은 사시 수석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정계, 법조계, 학계 각 분야에서 졸업생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충북을 대표하는 명문 여성교육의 산실로 우뚝 섰다.

모든 구성원의 합일된 노력으로 지난해 학업성취도 향상률 충주시 2위를 기록하며 학력상을 수상했고,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을 통해 청풍명월 한마음축제에서 무용과 연극, 중창 부문 4년 연속 1위, 충주교육지원청 예능부문 베스트학교상을 수상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림디자인고등학교(교장 임종윤)는 새천년을 넘어서며 변신을 시도해 상업계열에서 디자인특성화고등학교로 과감하게 전환했다.

주산과 부기로 대변되던 상업학교에서 벗어나 21세기를 선도할 분야로 '디자인'에 착안했다.

수년간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작업을 거쳐 디자인경영과, 멀티미디어디자인과, 공공응용디자인과, 패션디자인과, 뷰티디자인과의 5개 과로 학과를 개편하며 개교 50주년을 맞은 올해 비로소 명실상부한 디자인고등학교로 재탄생했다.

16만 5000여㎡ 부지 위에 명품 디자인특성화고로서 손색이 없는 교사가 들어선 학교는 병풍처럼 두른 소나무숲에 ㈜유한킴벌리와 산림청, 충주시 지원으로 학교숲 조성이 추진 중이다.

결실은 디자인공모전 수상실적으로 이어진다. 인천시가 주최한 전국고등학생디자인공모전에서 2008~2011년까지 4년 연속 디자인우수학교로 선정됐고, 전국고등학생디자인공모전과 G-디자인 페어, 한국청소년디자인전람회 등에서 최고 영예의 금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휩쓸었다.

"학생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단계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과 창의성·인성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성숙한 사회인을 길러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학교는 명실공히 능력과 인성을 겸비한 디자인 전문교육의 요람으로 머지않아 세계 수준의 디자인특성화고로 거듭날 것입니다." 취재 말미에 들려준 임종윤 한림디자인고 교장의 다짐에서 이제 막 날갯짓을 시작한 한림학원의 웅대한 비상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충주=이현기자

▲ 한림학원 설립자 고 임병구 선생과 설립 당시 충주공업고등학교 교사 건물 전경.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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