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는 야생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튼튼한 밧줄로 발목을 묶어 말뚝에 고정시킨다. 탈출을 시도하는 코끼리는 일정 범위를 벗어나게 됐을 때 발목에 고통을 느낀다. 조련사는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코끼리의 결박을 풀어주지만 코끼리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무력감이 그의 뇌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시골 학교에는 공부도 못 하고 운동도 못 하는 학생이 많다. 주변 환경이 폐쇄적이고 자라온 가정 사정이 열악하므로 많이 배울 기회가 없었으며 그것이 누적되다 보니 해도 안 된다는 패배의식에 싸여 있다. 나중에는 공부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져도 하지 않게 되고 억지로 시켜봤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곳에 근무하는 교사들도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금방 포기해 버리기도 하고 해 보지도 않고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며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 나눌 때는 자기가 근무하는 학교 학생들의 저조한 실력을 흉본다.
엄밀히 따지면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여기는 촌이라 안 돼. 결손 가정이 많아서 안 돼. 통학 거리가 멀어서 안 돼. 부모가 무관심해서 안 돼.' 라는 이유가 대부분인데 요즘의 시골엔 어디나 이런 가정이 많지 않나? 설령 그렇더라도 그러니까 그들을 가르쳐야 되지 않나? 그렇다고 그들을 그냥 두고 갈 순 없지 않는가?
사람도 환경을 통제하지 못하면 무력감에 빠진다. 자신의 의견이 타인에게 지속적으로 무시된다든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으나 실패를 반복하면 무력감에 빠진다. 이를 '학습된 무력감'이라고 한다. 시골 학생들의 무능에는 교사로부터 학습된 무력감도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이 무력감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별한 계기란 학습시키는 상황의 실체를 보는 능력이다. 매와 코끼리의 경우는 끊어진 밧줄을, 사람에게는 절망에 빠지게 하는 상황을 깨닫는 것이며 이를 결정적 순간이라고 한다.
그 순간은 대개 진리를 배우는 교육에서 분별할 수 있게 된다. 교사는 긍정적인 교육 방법으로 이 결정적 순간을 학생에게 제공해야 한다. 학생들이 넘어질 때마다 손을 붙잡아 일으켜 주어야 한다. 먼지를 털어주고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해야 한다. 씨익 웃으며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어야 한다.
6월말에 있을 전국학업성취도평가를 대비하기 위하여 많은 학교에서 학력신장에 노력하고 있다. 대상 학생들은 이번이 결정적 순간이 될 수 있다. 지도교사는 나날이 커가는 학생의 모습을 보며 같은 크기의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여태껏 누적되어 온 학습결손과 그로인한 무기력을 떨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진영 매포초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