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도/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 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할 때/"저 하나 있으니"하며/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온 세상의 찬성보다도/"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시인의 <이런 사람이 있는가>전문이다.나는 이런 사람이 있는가. 생각해 본다. 또한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인 적이 있는가도. 내가 처져있을 때 힘을 주고 무슨 얘기든지 할 수 있는 사람, 너무 편하게 산다 싶으면 무슨 이유를 만들어서 내가 나태해지지 않게 하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내편이 되어 준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의 만남은 분명 삶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만남이다.

맘이 급할 때 한 템포 늦추라고 넌지시 신호를 걸고, 게을러지려는 맘에 자극을 주어 다시 시간을 조율하게 하고,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그런 동료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일터는 분명 아름다운 일터일 것이다.

학교에선 학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선생님과의 만남, 학부모와의 만남이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를 위해주는 그런 만남이었으면 하고 소망한다.

학부모회 모임이 있던 날이다. 선생님들과 아버지회원들, 어머니회 임원들이 자리를 같이 하면서 아이들 이야기, 학교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이 피는 것을 보고 얼마나 훈훈했던지.

덕담이 오가고 자연스레 아이들이 화제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꽃이 핀다. 큰 명찰을 달고 누구누구 부모로서 선생님들을 만나는 자리가 자랑스럽고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학교에서 소신껏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절대적인 지지를 보낼 테니 우리 아이들 잘 가르쳐달라는 메시지가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하고 고마운 날이었다.

살아가는 일에 소중한 만남의 위력은 대단하다.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 하나하나의 주역을 기르는 데 선수와 지도자와 학부모, 학교와 교육청의 열정과 땀의 눈물겨운 만남이 있어서 가능했다. 그 위력이 전국소년체전 3년 연속 3위의 위상을 만들었다.

삶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만남은 서로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힘이 있다. 그 힘의 물꼬가 교육 현장으로 틀어져서 솟아나는 에너지는 희망이다.



/김호숙 산남초 교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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