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여수세계박람회장을 다녀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이 있듯이 엑스포장에 도착하면서부터 기대는 실망감으로 변했다.

방문 전 여수박람회는 대자연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첨단 박람회라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여수엑스포장에 있는 첨단 기술(?)들은 현대사회에서 이미 쉽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한 것들이었다. 주제가 해양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지난 1993년 열린 대전엑스포와 비교해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관람객들과 호흡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어야 하지만 여수엑스포 전시관들은 다들 하나 같이 주입만을 강조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요구수준도 기대 이하라는 점이다. 엑스포 주제전시관의 교훈은 단 하나, '바다를 오염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 7살짜리 유치원생도 바다를 오염시키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런 내용이 세계박람회에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라니 어의가 없었다. 큰 틀에서 방향성은 잘잡았지만 그를 뒷받침 해 줄 컨텐츠는 미흡한 그런 느낌이었다.

방문객을 살펴봐도 여수엑스포가 세계박람회인지 의아했다. 엑스포장에서 본 외국인은 국제관에 입주한 스텝들과 '터키전통 아이스크림'을 파는 터키사람들 뿐 외국인은 보기 힘들었고 엑스포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대부분 초·중·고생들과 노인층이었다.

전시관도 입장 인원이 정해져 있어 인기 전시관을 관람하려면 기본적으로 1~2시간은 줄을 서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두 시간 넘게 서서 기다리는 긴 대기열을 감내하면서 까지 엑스포를 제대로 즐겼을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충북은 내년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를 시작으로 바이오산업엑스포, 괴산 세계유기농엑스포 등 매년 엑스포와 박람회가 열린다. 여수엑스포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다들 세계엑스포를 표방하는 행사다. 지금부터 충북은 여수엑스포의 장·단점을 꼼꼼히 분석한 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예정된 엑스포를 성공으로 이끄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기원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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