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5기 후반기'충북호'가 지난 1일 세러머니를 갖고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신수도권시대 선도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66년만에 역사적인 청주·청원 통합이 주민들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 이 두가지 대형 호재는 일종의 상승효과를 발휘하면서 충북도정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순탄한 듯 보이지만 조직 내부적으로는 미세한 파열음이 나고 있다.

얼마전 충북도공무원노조는 아주 의미 있는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9대 전반기 도의회 의정활동을 가장 잘 한 도의원으로 새누리당 김양희 의원이 선출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김 의원이 일명 '도정의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도정을 가장 맹렬하게 비판한 의원이라는 점이다. 도정이 잘못됐다고 가장 많이 질타한 의원을 공무원들이 베스트도의원으로 선발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설문결과를 공무원 바닥민심의 표현 내지는 '윗선'에 대한 일종의 반발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충북도를 지탱하는 거대한 하부조직에서 이러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은 조직관리적인 측면에서 경고음이 울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보는 관점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민선 5기 들어 업무과중으로 인한 일종의 피로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직과 사람을 다루는데 있어서'당근'과 '채찍'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그간 '당근'은 주지않고'채찍'만 휘두르는 바람에 바람에 직원들의 피로도가 많이 누적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공무원들에게 일 많이 시키는 것을 꼭 비난할 것은 아니다. 다만 능력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채근과 독려는 오히려 반감과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설문조사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윗선에서 하부조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뜩치 않은 것 같다. 일중심, 업무중심의 조직문화를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치에 미흡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간부는 "새로운 업무가 생겼을때 이것을 누구에게 맡겨야 될 지 난감한 경우가 있다. 솔직히 믿고 맡길 직원이 많지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심지어 근평을 잘받기 위해 오로지 주무과, 주무팀으로 옮기는 데에만 온통 혈안이 돼있는 조직문화를 냉소적으로 질타하는 시각도 있다. 공직 생리상 승진에 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중의 일부는 업무는 뒷전이고 오로지 자리만 연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반된 시각이 있다는 것이 기우이길 바라지만 있다면 현재의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훌륭한 사업과 정책이라도 결국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윗선'에서는 일방통행식의 지시보다는 효율적인 동기부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동기부여가 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결과가 너무나 다르다. 당장의 목표수행을 위해 밑어붙이식 행정으로 가다보면 오히려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반대로 조직도 거센 변화의 물결에 맞춰 스스로의 능력계발과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동적이고 태만한 태도로는 철밥통이라고 하는 공직사회에서도 더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모처럼 충북도는'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기회를 맞았다. 이런 호기를 제대로 살리려면 먼저 집안정리부터 해야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하지 않던가.



/김정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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