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경선이 김빠진 맥주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선 후보 등록 결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문수 경기지사, 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 5명이 맞붙게 됐으나 선두주자인 박 전 위원장과의 지지율과 격차가 너무 심해 해보나 마나한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은 빼고 나머지 4명의 지지율이2%~0.3%에 불과해 40%대의 박 전 위원장과는 엄청난 차가 난다. 여당 역사상 이처럼 지지율 격차가 심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난 대선의 경우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치열하게 맞붙어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었으며 결국 이명박 후보가 승리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경선은 엎치락 뒷치락해야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뻔한 게임을 하다보면 관심 밖이 될 수 밖에 없다. 대학축구 대표팀과 초등학교 축구팀이 맞붙는다면 누가 그 경기를 보러 가겠는가. 슈퍼헤비급과 라이트플라이급이 복싱 경기를 한다면 흥미를 끌 수 있을까. 아마 일방적인 게임이어서 야유가 쏟아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경선은 시작됐다. 박 전 위원장은 출마 일성으로 "국정 운영의 중심을 국민에 두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를 최우선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녀는 대선 출마 선언이후 충청권을 가장 먼저 찾았다. 세종시 출범식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그만큼 충청지역이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지역임을 인식한 때문일 것이다.

이제 새누리당 경선은 누가 2위를 차지하느냐에 관심이 쏠려있는 것 같다. 2위를 차지하는 후보가 차차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2위 후보로 김문수 지사와 김태호 의원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 지사는 비박 3인방의 한명으로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과 함께 '완전국민경선제'가 되지 않으면 불참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장고 끝에 경선 참여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이는 차차기를 위해서라도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였을 것이다. 정몽준 전 대표나 이재오 의원 처럼 경선에 불참하는 것이 명분은 있지만, 실리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 지사는 "새누리당 대선 승리와 선진 통일강국을 위해 나를 버리겠다"며 출마의 변을 했다. 이는 박 전 위원장이 개인의 행복을 강조한 것과 정 반대로 선진 통일강국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안보에 역점을 두고, 정치 선진화, 성장과 복지 확대, 강력한 안보 등 대한민국의 3가지 과제를 풀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정치 선진화를 위해 1인 사당 정치를 종식시키고 폐쇄적인 동원 정당에서 개방적인 참여 정당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위 자리를 놓고 격돌할 김태호 의원은 "지금의 낡은 리더십, 낡은 생각, 낡은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며 "이 시대에 필요한 정신이 김태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경남도지사 출신인 그는 "오늘의 민생 불안과 양극화는 낡은 리더십에서 나왔다"고 말하고 "측근이 아닌 최고의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는 대통령, 공권력을 사유화하지 않는 대통령,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진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새누리당의 경선 포인트는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느냐'가 아니라 누가 '포스트박'이 되느냐 하는 게임이 되었다. 또 2위가 10%대 지지율을 얻느냐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런 경선이라면 유권자들의 관심 밖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때문에 최소한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변혁이 필요 할 때이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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