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 생에 각인된 가장 귀한 선물은 방학이면 시골 외가에서 보내다 오는 것이었다. 방학하자마자 숙제물이며 옷가지를 챙겨서 오빠와 같이 기차를 탄다. 여름엔 간이역에 내려서 허리 깨 까지 오는 강을 건너야 했다. 물이 불었을 때는 돌아서 가야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강을 건너고 또 10리 벼룻길을 뛸 듯이 걸어서 찾아가던 그때의 추억이 건듯건듯 살아나곤 한다. 지금은 충주댐 공사로 수몰되어 버린, 산이 깊고 강이 흐르는 작은 농촌마을, 산으로 강으로 쏘다니다 보면 해가 저물고 마당에 멍석 깔고 저녁을 먹고 올갱이를 파먹으며 밤하늘을 바라보던 삽화가 가슴에 새겨있다.
동네 또래들과 산에 쏘다니며 개 복숭아, 머루, 다래, 깨금 등을 따먹던 재미를 그 시절엔 맛볼 수 있었다. 방금 꺾어서 찐 옥수수, 껍질 채 삶은 감자는 별미이자 점심 단골 메뉴였다. 강가에서 첨벙대다 올갱이도 잡으며 보내다 보면 바위 위에 빨아 널은 옷이 뽀송뽀송 마르고……. 여름 방학 내내 그렇게 보내고, 개학할 때엔 팔이며 얼굴에 풀독이 올라서 연고를 바르고 학교에 가곤했다.
특별히 잘해주려고 하지 않아도, 편하게 찾아갈 곳이 있어서 좋았던 그리움의 한가운데에 시부모 잘 모시고 마음 넉넉한 외숙모님과 후한 인심의 마을이 있었다. 그 시절이 내게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 두고두고 고마운 마음이다.
방학이 다가온다. 이번 방학엔 평소 바빠서 하지 못했던, 방학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거리를 찾아서 몰입하는 재미를 체험했으면 한다.
체험활동이나 운동으로 땀흘리거나, 읽고 싶었던 책에 푹 빠져보며 나만의 선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살아가면서 귀하게 느껴지는 선물은 마음먹기에 따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이기엡….
/김호숙 산남초 교감,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