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혜성처럼 나타난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이제 강력한 대선 후보가 된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사람 팔자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안 교수의 등장은 정말 드라마틱하다. 만약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지 않았다면 중도에 시장직을 사퇴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안 교수는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가 투표율 저조로 개봉도 못하고 부결됐다고 하여 시장직을 내놓아야할 이유도 없었다. 이러고 보면 오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안 교수를 등장 시키기 위한 '마당깔기'였는지도 모르겠다.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에서 박원순씨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더니 이제는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를 추격하는 대권 도전자가 된 것이다. 지난 3년간의 지지도로 보면 가만히 앉아서 대통령이 될 것 같았던 박 전 대표도 이제는 오차 범위까지 쫓아 온 안 교수에게 추월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안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에서 "지난 4월 총선에서 야권이 패배한 뒤 자신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커지는 걸 느꼈다"며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4월 총선 이후 대선 출마에 대한 직접적인 고민을 했음을 고백한 것이다. 이어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대선 출마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안 교수의 저서를 본 사람들은 공약집을 연상시킬 정도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된다면 이렇게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생각을 담은 것이라는 평가다. 분야별로 청사진도 제시했는데 정의롭고 공정한 복지 국가와 한반도 평화 정책을 중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복지는 새누리당의 박 전 대표나 민주당의 다른 후보와 생각이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서 이제는 복지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할때라는 것이 대선 후보들의 공통된 생각인 듯 하다.

정책 대안으로는 복지의 선순환, 일자리 창출, 경제 민주화, 재벌 폐해 최소화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제 민주화는 다른 대선 후보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으나 '재벌 폐해 최소화'라는 표현은 민주당 후보들이 주장하는 재벌 개혁과는 거리를 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안 교수는 특히 금강산 관광의 재개와 개성공단 경제협력 모델을 제시하여 자신이 집권하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목되고 있다.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는 스스로 "낡은 체제와 미래 가치의 충돌"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에 대한 열망은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기존 정치인들에게 실망한 국민들이 안 교수는 뭔가 다른 신선한 정치를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안 교수는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내가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능력이 되느냐가 대선 출마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아직은 정치 초년생으로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질문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소박한 생각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렇게, 저렇게 대통령직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자기 능력을 자랑하지만 안 교수는 자신의 능력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자기 성찰이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책 한권 들고 나와 대통령을 하겠다는 건 국민에 대한 무례"라고 말했다. 이 비판도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 아직은 그가 검증받아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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