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4월 9일

'4·25 재·보선'이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구 3곳의 후보자 공천을 둘러싼 정치권의 행태가 한심스럽다.

명분 없는 지역 맹주(盟主)의 아들 공천, 연합을 내세운 반민주적 야합, 선거구 여론을 무시한 중앙당의 밀어붙이기 등 구태가 여전하다. 개혁은 말 뿐이다. 나아진 게 하나 없다. 국민들을 깔보는 데는 여야가 한통속이다.

대전 서을의 경우를 보자. 일찌감치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이 지역에서는 지금 웃지 못 할 희극이 벌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후보자를 내지 않으려는 것이다.

대선 구도에서 '호남+충청'을 필승 카드로 생각하는 범여권이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국민중심당을 끌어들이려는 계산에서다. 비(非)한나라 연합으로 심 후보를 당선시킨다는 속셈이다. 공당의 처신치고는, 참 얄팍한 정략적 야합이다.

전남 무안·신안에서도 눈살 찌푸릴 일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이 증여세 포탈 등 혐의로 1년 6개월 간 복역하고 사면·복권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홍업씨를 공천 한다는 것이다.

홍업씨는 신안이 아버지의 고향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연고도 없다. 열린우리당 등 범여권은 김 전 대통령의 지역 영향력을 의식해 후보를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져야 할 지역주의 정치의 현주소다.

경기 화성에서는 후보자 공천을 놓고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들이 파업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당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지난달 말 실시한 지역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박보환씨를 내치고 4위를 한 수백억대 재산가인 고희선 농우바이오 회장을 공천한 데 대한 반발 때문이다. 고 회장은 입당한 지 이제 열흘 남짓이다. '전형적인 밀실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지 싶다.

자숙해야 할 인물을 지역 맹주의 아들이라고 공천하고, 정략적 계산으로 야합을 하고, 바닥 여론을 무시한 채 재산가를 공천하는 정당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치꾼'들이 국민을 깔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나서서 바꿔야 한다. 무안·신안에서는 60여개가 넘는 시민단체가 홍업씨 출마반대 대책위원회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