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1시 광주 서구 모 목욕탕 탈의실에서 김모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점심 시간이어서 목욕탕에는 손님이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목욕탕 출입문을 잠그고 준비한 노끈으로 목을 맨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김씨는 5년 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18억원을 받았으며 이 돈으로 각종 사업을 벌였다. 주식투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남1녀의 평범한 가장이었던 김씨는 18억원의 로또에 당첨되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들과 사업 등에 뛰어든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사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사기도 당해 대부분의 당첨금을 날렸다. 결국 친인척에게 돈을 빌려 수천만의 빚을 떠안게 됐다. 생활고로 가정 불화가 심해졌고 이때문에 이혼을 하게 됐으며 현재 자녀와도 떨어져 광주에서 혼자 살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또가 아니었다면 그는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했을 것이며 그렇다면 사기 당할 이유도 없을 것이고 이혼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로또 당첨이 김씨를 파국으로 몰고온 것이나 다름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2011년 5월에는 로또 1등에 당첨된 50대 남성이 1년여만에 가정불화로 동서에 의해 살해되는 비극을 맞기도 했다. 포항경찰에 따르면 15억원 로또에 당첨된 김모씨는 손위 동서 이모씨에게 4000만원을 빌려줬는데 이를 갚지 않자 술에 취해 동서를 집으로 찾아가 따졌다. 둘은 심한 말다툼을 벌였으며 김씨가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가자 부엌에서 흉기를 찾아 든 손위 동서 이씨가 김씨의 목을 찔러 숨지게 한것이다.
돈 때문에 로또에 담첨된 김씨는 숨졌고 동서 이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되는 비극을 맞은 것이다. 물론 이것이 로또가 가져다 준 비극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돈이 문제가 된 것은 사실이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 중에 30%가 쪽박을 찬다는 말이 있다. 한꺼번에 많은 돈이 들어오자 흥청망청 쓰다가 쪽박을 차는 것이다. 35억원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 2년만에 돈을 모두 날리고 법의 심판까지 받는 처지가 된 경우도 있었다. 공기업에서 일하던 김모(49)씨는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35억여원을 받게 됐다. 이 복권은 도박판을 벌이던 일당 6명과 판돈으로 사서 나눠 가진 복권이었다. 당첨되면 돈을 나누기로 했던 것이다. 그는 빚이 있고 월급의 절반을 압류당한 상태여서 강제집행 등을 피하기 위해 형 명의로 돈을 수령했다.
그러나 도박을 함께한 사람들이 소송을 냈고 '약정에 따라 실수령 액의 절반인 17억여원을 6명에게 균등하게 나눠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주식 투자 등으로 2년여만에 35억여원 모두를 날려버린 상태였다. 결국 김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로또가 가져다준 불행은 이것말고도 부지기수다. 로또가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분수대로 벌어서 분수대로 사는 것이 행복인지도 모른다. 한꺼번에 가져다 준 행운은 한꺼번에 불행을 몰고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조무주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