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 고을로 유명한 안동에서 선비들이 가장 명예롭게 여긴 직함은 정승도 판서도 아닌 유향소(留鄕所)의 좌수이다.

좌수(座首)라면 요즘으로 치면 지방의회 의장과 유사한 직책으로 한 고을의 사무를 총괄하는 유향소의 수장으로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지방 한직에 불과하지만, 안동에서는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이 맡았다고 한다.

안동좌수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조선의 제14대 왕(1567~1608) 선조가 대신들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서애(西厓 ) 유성룡을 보고 "정승에 임명해도 좋아하는 기색이 없더니 오늘 이렇게 기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서애 유성룡은 "제가 이번에 고향에서 안동좌수에 임명되었습니다"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정승까지 지낸 서애 유성룡이 안동좌수에 임명되어 무척이나 기뻐했다는 일화는 그 권한이 크로 작음을 떠나서 한 고을의 어른으로 대접받는 것을 더 영예롭게 생각했던 당시 지도층의 올바른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왜 안동의 선비들은 좌수가 되기를 갈망했을까?

좌수에게는 고을의 사무를 주관하고 아전집단을 지휘 감독하는 권한이 주어졌지만 그보다는 한 고을의 '어른'으로 대접받는다는 것이 안동좌수를 최고의 명예직으로 이끈 바탕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현대에 와서 옛 성현의 몸소 가르침을 따라가기란 정말 힘들지만 그 정신만은 늘 마음에 새겨 인생의 지표로 삼으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충청권내 의회의 밥그릇 싸움은 목민관이 아니라 정치인이라는 대목을 적나라게 보여주고있다.

각 지방의회 의장단선거와 관련 보은군 의장선거 금품수수 의혹, 대전시 구의회 부정선거의혹, 청주시의회 집안싸움, 각 의장ㆍ부의장선출 담합 등 각 지방의회들이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의원직이 감투와 명예가 아닌 지방 행정을 감시하고 책상 행정이 아니라 민생현장을 발로 뛰고 일하고 하자는 노력이 있다면 모든 국민들이 알아 줄것이다.

그래서 선거철만 되면 바쁜 정치인이 아니라 언제든 만날수 있는 목민관이 되어 사람과 함께하는 의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병훈 영동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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