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백신 강자' 꿈꾼다

# 녹십자 자회사로 설립, 생명공학의 요람 자리매김

㈜파인켐은 2003년 5월 녹십자의 계열사로 설립됐다.

생명공학 분야 진출을 계획하고 있던 녹십자는 손기남(45)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씨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화학과 물리, 생화학을 동시에 공부한 물리화학계 실력파로 군내 생화학 부문에서 독보적 존재였다.

그는 녹십자의 뜬금없는 제안에 당황스러웠지만 의 약품 원료시장의 해외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했다.

당시 녹십자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생명공학 산업을 선도해 온 연구개발 중심기업.

1967년 창립 이래 197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난도 기술이 요구 되는 혈액분획제제 사업을 시작으로 바이러스와 박테 리아 분야에서 국제적인 생명공학 전문기업으로 부상 한 곳이다.

녹십자의 이같은 여정은 12년간의 오랜 연구 끝에 1983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b형 간염백신 개발로 이 어졌고, b형 간염백신 헤파박스 는 13%대에 달하 던 우리나라 b형 간염 보균율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 리는 성과를 거뒀다.

헤파박스 는 지금까지 1억3000만명분인 총 4억 도즈가 who, unicef를 비롯, 세계 60여개 국에 보급되기 시작, 세계인에게 가장 많이 접종된 백신으 로 기록되고 있다.

▲ ㈜파인켐의 광천공장. 이 곳에서 세계인을 놀라게 할 전자소재 원료가 개발되고 있다.

# 녹십자에서 독립, 신약원료 개발의 제2 시대

파인켐은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경기테크노파크 한 켠에 둥지를 틀었다.

200여㎡(약 60여평) 규모. 작은 사무실의 4/5 정도가 연구소 공간이다.

손 사장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평소 친분을 가져왔 던 연구원들을 영입하는 데 전력했다.

벤처기업을 유 지하기 위해서는 유수한 인력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령탑 손씨를 주축으로 구성된 12명의 연구원들. 그들은 파인켐의 가장 큰 자산이자 앞으로 원료기술 의 국산화를 추구해 나가고 있는 주역들이다.

그러나 사업은 어디까지나 사업일 뿐이었다.

1년만 에 녹십자가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바이오생명의 길 이 너무 멀다는 이유로 사업타당성 등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던 때였다.

파인켐은 하루 아침에 회사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손 사장의 고민은 컸다.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후 배이자 직원들, 이들에 대한 책임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결국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경영자의 길을 선 택했다. 그렇게 예고 없는 파인켐은 위기 속에서 제2 시대를 맞았다.

당시 자본금은 5억원. 연구개발이 주요부분을 차지, 인건비만 해결되면 그럭저럭 꾸려갈 수준이었지 만 넉넉지 않은 살림이었다.

더욱이 회사를 경영한다는 건 학문을 연구하는 것 과 달랐다.

기술개발은 물론 홍보 및 판매, 회계와 세무업무에 이르기까지 챙기고 처리해야 할 소소한 일들이 너무 도 많았다.

손씨는 이 기간을 빛 없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는 지난한 과정 이었다고 회상한다.

# 기초 소재 개발 등 사업 분야 확장

파인켐은 기초소재를 우주 에 비교한다.

깊고 넓 어서 개발이 무궁무진한 분야라는 것이다.

개량신약 과 퍼스트 제니릭(first generics, 특허제품의 특 허만료 이전에 180일간 독점판매권이 부여되는 시장) 에 대한 기대 또한 남다르다.

여기에다 개량 신약의 원료와 일반의약품 원료개발 은 물론 음료 식품첨가제 분야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 다.

1년에 30개 이상 원료기술을 개발, 현재 보유하 고 있는 원료기술이 150여개나 된다. 이 기술은 모두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받고 있다.

파인켐의 대표적 특허는 비타민 k 합성에 이용되 는 중간체의 제조방법의 하나인 코엔자임(coen zyme)q10. 고순도 저원가로 합성한 이 제품은 지난 해 말 건강 기능식품으로 분류된 이후 급격한 수요증 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엔자임 q10은 강력한 항산화제로 의약품과 기능 성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원료로 현재 의약품으로 분 류되고 있다.

세계시장 규모는 300t(4억달러)으로 성장률은 30%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파인켐은 특허 및 99% 이상의 순도, 저렴한 가격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한화와 10년간 독점 판매권을 계약했다.

이와함께 보글리보스(voglibose)는 최근 의학계 에서 각광 받는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국내에서는 cj가 일본 타케다의 오리지널 제품 베이슨을 판매, 2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파인켐과 비슷한 시기에 유한양행이 개 발에 성공, 2005년 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파 인켐은 국내 상위 제약기업과 일부 기술이전 및 중간 체 공급을 협의하며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밖에 항궤양용제인 소팔콘(sofalcone), 비만 치료제인 시부트라민(sibutramine), 오를리스탓 (orlistat)도 개발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특허 출원중인 항암제 원료 젬시타빈 제조방법은 퍼스트 제너릭에 집중하는 품목이다.

특히 정사면체 구조의 청색발광물질의 제조와 이를 이용한 유기전계 발광소자ⅰ,ⅱ(oled 블루 발광 체)는 전자소재 분야로 특허출원 중이다.

# 제천바이오밸리로 본사 이전

파인켐이 충북도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5 월. 제천바이오밸리 내에 부지 13,884㎡(4200평)을 매입, 생산라인과 연구동을 갖춘 본사를 이전할 계획 이다.

내년 초 서울 테크노 파크로 옮겼다가 이곳은 마케팅을 위한 사무실과 제1연구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제천에는 본사와 생산라인, 제2연구소를 마련하고 기술집약을 추구한다는 것.

파인켐이 서울에 제1연구 소를 고집하는 것은 유수한 인력확보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다.

서울연구소에서는 100㎏ 이상 단위의 랩스타일 제 품을, 제천연구소에서는 10~20㎏ 정도의 세미파일럿 제품을 각각 연구한다는 것.

제천에는 합성공장 (1500여평)과 완제공장(3500여평)으로 나누고 향후 완제품 생산라인을 갖춰갈 계획이다.

손기남 대표 인터뷰

"전문 경영인 영입 후 연구가로 돌아갈 것"


" '마부작침(磨斧作針)' 이란 말을 들어보셨지요?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 는 사자성어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참고 계속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뜻입니다.

바로 저희 회사의 사훈으로 정했습니다.


손기남 대표(45 사진)가 내년 충북 제천으로 회사를 옮기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오래전부터 시작된 충북과의 인연 때문.

영동이고향인 아버지를 따라 인생의 가장 중요한 유년기를 영동에서 보냈다고. 이같은 친밀감은 충북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1988~1991년에는 공군사관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치는 교관으로 또다시 청주를 찾았다.

손 대표는 당시 매월 지역학자들과 교류하며 지역에 대한 관심과 정보를 접했다.

이같은 경험은 다소 외곽지역이라는 제천의 지리적 열세에 대한 부담감을 좁히기에 충분했다.

손 대표가 파인켐을 이끌어오면서 가장 자랑하는 것이 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던 당시, 식약청으로부터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냐는 제안을 받았다.

결국 15일 만에 타미플루 에 대한 원료 샘플과 제조공정도를 제출했다. 파인켐의 기술력이 다시 한번 평가를 받는 순간이었다.

사업가의 길을 살아온 5년 세월. 이제 조금은 사업과 경영에 대해 알 것 같은 시기, 그는 경영과 연구의 분리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자신과 동고동락한 후배이자 직원들에게 신약과 의약품, 전자소재, 음료분야 회사를 나눠주고 자신을 연구가로 돌아갈 꿈을 꾸고 있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원료 개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경영을 전문 ceo에게 맡기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를 꿈꿨던 손 대표,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그의 좌우명과 함께 파인켐의 기술개발 행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성아기자 yisu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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