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오는 24일로 수교 20주년을 맞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외교에 힘입어 물꼬를 튼 양국 관계가 성년을 맞은 셈이다. 지난 1992년 8월24일 양 국은 중국 베이징에서'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함으로써 역사적인 동반자의 길로 들어섰다. 수교를 계기로 양 국관계는 각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경제분야협력은 물론 인적·문화적 교류에 이르기 까지 필설로 다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폭을 넓혀왔다.


- 상전벽해 실감


수교 당시 연간 13만명 수준에 불과했던 양국 방문자 수는 지난해 660만명을 넘어섰고 어느덧 1000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양국 교역액은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 양국의 교역규모는 2206억달러로 20년 사이에 약 35배가 증가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 중국은 2004년 이후 최대 교역국이 됐고, 중국으로서도 한국은 미국, 일본, 홍콩에 이어 제4위 교역국이다.

비단 경제적인 분야 뿐만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교류도 양국은 이젠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K팝과 TV 드라마는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이미 중심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한류'(韓流)는 또 패션, 영화, 음식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김치를 즐기는 중국인들이 쉽게 눈에 띄고 한국 음식은 '웰빙 음식'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에서도 중국에 대한 관심과 열풍은 대단하다. 중국어는 물론이고 중국의 역사ㆍ경제ㆍ정치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그늘도 있듯이 양 국 관계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칟외교분야에 있어서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중국의 여전한 북한 편향적인 시각, 고구려와 발해역사를 중국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 인도적이지 못한 탈북자 처리 원칙, 서해어업권을 둘러싼 우리나라와의 마찰 등 껄끄러운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렇듯 중국은 지난 20년간 우리와는 동반자이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적대적인 관계를 갖는 이중성을 띠는 가깝고도 먼나라다.


- 민간차원 교류의 새 전기


이러한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한 시기에 충북도가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을 오는 10월에 개최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10월5일부터 7일까지 청주시 주중동 밀레니엄타운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은 올해로 2회째로 규모와 행사의 내용적인 면에서 1회 행사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대하고 짜임새있게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에는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유력인사들이 대거 방문할 예정이어서 행사의 격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주한 중국대사는 물론 중국 중앙정부의 교육부 국장급 인사가 참석해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취업 관련 특별강연을 한다. 또 흑룡강성, 호북성, 절강성, 광서장족자치구 등 지방정부의 관료 및 축하사절단도 대거 참석할 정도로 중국측에서 이번 행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른 것 같다. 때문에 민간차원에서 한중 교류의 새로운 전기가 될 이번 페스티벌을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치러내느냐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다면 모처럼의 호기는 차라리 개최하지 않은 것만 못할 것이다. 6만여명의 중국인 유학생과 그들의 학부모, 또 중국 정부 관료들에게 진정 그들을 글로벌시대 동반자적 친구로 받아들이는 진정성을 보여줘야만 이번 페스티벌이 충북도가 바라는 친한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이다.




/김정호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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