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부모의 행패가 이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얼마 전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하고 어머니는 교사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아버지는 웃통을 벗고 심한 욕설을 퍼붓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극히 일부지만 학부모의 이런 행태가 심심찮게 발생하면서 교권 침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2009년 1570건에서 2010년 2226명, 지난 해는 4801건으로 늘었다. 2009년 2922명이던 명예퇴직 교원도 올해 4743명으로 급증했다. 교사들의 명예퇴직 증가가 교권 침해와 무관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통계다. 한국교총 조사 결과 교원 명퇴 증가 원인 가운데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 94.9%에 달했고, 교육환경 변화는 70.7%가 '학생인권 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의 어려움 및 교권추락 현상'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우리 교단의 현실이다.
- 교권보호 종합대책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교권을 침해한 학생과 학부모를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은 학생이 교사 폭행 등 교권 침해를 했을 경우 그 부모도 자녀와 함께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받도록 했다. 폭행·협박 등 학생의 교권 침해 수준이 심각한 경우 학교장은 즉시 교육청에게 보고하고 엄정한 조사를 거쳐 사실로 확인되면 전문 교육기관에서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이수해야 한다. 교권 침해 학생의 학부모를 소환해 자녀와 함께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고 이수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학부모 등 학생 이외의 사람이 학교 내에서 교권을 침해하면 기존 형법상 범죄보다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된다. 학교 현장 교원에 대한 법률 상담도 강화돼 각 교육청에 설치돼 있는 교육법률지원단이 확대돼 법률전문가를 계약직 공무원 등으로 채용하고 학생·학부모로부터 폭행·협박·성희롱 등을 당한 교원이 원할 경우 법률상담서비스가 제공된다.
학교에서 1차적으로 교권 침해를 예방·보호하도록 교권 보호에 관한 학교장의 책무성이 강화되고 교권 침해에 관한 학교의 분쟁 조정 기능이 강화된다. 학교 무단 출입에 따른 교권 침해를 예방하고 교원이 학부모와 상담할 내용을 미리 충실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학교 방문 사전예약 문화 정착을 유도한다. 교권 침해로 인한 분쟁 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시·도교육청에 교권보호위원회가 설치되고, 이를 중심으로 교육청 차원에서 지역 여건에 맞는 다양한 교권 보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된다.
- 교권 확립 획기적 전환점
이제까지 나온 교권보호 대책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구체적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물론이다. 일부 단체가 교원단체 입장만 반영한 편파적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무책임한 행태다. 교권 확립을 위해 학부모 행패에 대해 죄를 묻는 것은 당연하다. 교권이 흔들리고 위축되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교권이 확립돼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이번 대책으로 교권이 확립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관련법 개정 등이 차질 없이 추진돼 하루라도 빨리 시행돼야 한다. 교권이 바로 서야 우리 교육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김헌섭(편집부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