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012년 3월 초부터 교육과학기술부 훈령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원칙에 근거해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기록하기로 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에 따라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에서는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기록하고 있으나 경기·전북·강원도교육청 등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거부해 교과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폭력이 인류 문명의 탄생과 같이 해 왔다면 학교폭력은 학교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고 하겠다. 그렇더라도 학교폭력이 점차 조직화되거나 잔인화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비정신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선비의 개념을 유교에서 그 기원을 찾는 경우가 있으나 문헌에 의하면 단군을 최초의 선비로 규정한다. '선비'라는 어휘는 고대의 무교에서 출발했으며, 고조선 때부터 내려온 고유 언어이다. ??삼국사기??에는 단군을 '선인(先人, 仙人)'으로 기록하였으나 선비와 선인은 같은 말로 볼 수 있다.
고구려에서는 국중 행사인 무술, 가무, 사냥 등에서 우수한 자를 선인이라 했으며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학문과 기술로 그 지위를 얻었다고 한다. 신라의 화랑도는 심신을 도야하고 진리를 탐구하고 일상생활의 규범, 전통, 각종 의식에 관한 교육, 군사 훈련 등을 받았다. 고려의 선랑은 사찰에서 학문을 닦는 청소년 중에서 인물이 가장 뛰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이처럼 고구려의 선인, 신라의 화랑도, 고려의 선랑은 선비의 맥을 이어왔다고 할 수 있다.
선비는 사전적으로 옛날에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마음이 어질고 순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정의된다. 그러나 지식만 많다고 선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비는 학문과 인격을 함께 갖춘 지식인으로 자신보다 타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었다.
이와 같은 선비들의 정신이 우리의 정신세계를 주도해 온 선비정신이다. 이들은 인격 완성을 위하여 끊임없이 학문을 연마하고, 대의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지조와 절개가 있었다. 그들은 말과 행실이 일치하는 하였으며, 현실적 이해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불의를 보면 끝까지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직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신념에 어긋날 때는 왕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도 뜻을 굽히지 않고 직언을 하였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선비들의 억강부약(抑强扶弱), 외유내강(外柔內剛) 극기복례(克己復禮) 정신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부추기며, 겉으로는 부드러워 누구에게나 잘 대해 주고 예의바르지만 속으로는 강하고 심지가 곧으며, 이기심과 욕망을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서 모든 사람을 공경하고 공생하자는 의미이다.
이러한 선비정신은 일제강점기를 지나오면서 그들의 지배윤리로 인하여 부정적 측면이 부각된 경향이 없지않다. 해방 이후에는 근대화 혹은 서구화되면서 수평적 가치관의 팽배로 인하여 많은 부분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 이러한 의식은 선비정신의 참모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 하겠다.
분명 선비정신은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개념으로 모자라지 않다. 따라서 선비정신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선비정신의 깊은 뜻과 억강부약, 외유내강, 극기복례의 정신을 심어 주어야 한다. 그러할 때 그들은 남과 나의 조화를 중시하여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재국 세광중교사·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