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은 1년 중 가장 큰 만월(滿月)을 맞이하는 달로 모두가 즐겁고 마음이 풍족해지는 민족 최대 고유명절이다. 그러나 올해 재래시장 상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추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는 물론 가뭄, 폭염, 태풍 등 잇따른 악재로 물가가 급상승하며,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장을 찾던 고객들도 의무휴업일 영업을 재개한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 재래시장 상인들의 곡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추석 전 영업규제 어려워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연중 최대 대목인 추석에도 재개되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상인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충북도내 지자체가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입법예고와 의회 의결, 의견수렴 등의 절차를 거치려면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충북도에 따르면 추석연휴(9월29일~10월1일) 이전 조례개정을 통해 영업규제가 가능한 곳은 도내 지자체 가운데 단 한곳도 없다.

지난달부터 풀린 청주시내 대형마트 주말영업에 대한 규제가 연말에야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청주시는 지난 6일 '청주시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제한 및 조정 조례'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렇지만 입법예고, 의회 가결, 공포, 의견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조례안이 시행되려면 연말이나 돼야 한다.

충주시와 제천시의 경우도 조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추석 전 영업제한이 불가능한 상태다.

청원군은 지난달 6일 군의회에서 조례를 의결하고 17일 공포하는 등 조례 재개정 추진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청원군은 도 표준조례안 등을 참고해 조례를 보완한 후 관련 단체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빠르면 10월 말에나 영업 규제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측이 조례안에 대해 꼬투리를 잡고 나선다면 자칫 시행 시기가 더 미뤄질 수 있다.

지역 중소상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는 최근 전국 공동워크숍을 열고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공휴일 의무휴업제 실시와 대형마트, 기업형슈퍼에 대한 허가제 도입 등 3대 요구안을 발표했다.이들은 이어 추석 전인 오는 18일 중소상인 살리기 대책을 촉구하는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10월 중에는 대규모 국민집회도 계획하는 등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영업을 막기 위한 투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타 지자체는 평일 휴업


그럼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방안은 없을까?

전남 순천에서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뀐다고 한다. 지역 중소상인과 대형마트 업체 소비자 등 이해집단 간에 타협을 이뤄낸 결과다. 이에 따라 순천시는 이달부터 휴일이 아닌 평일에 매월 두 차례 휴업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순천에는 현재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각 2곳씩 매장을 열고 있다. 이들은 이달부터 둘째주와 넷째주 월요일에 각각 휴업할 예정이다.

지역의 재래시장상인과 중소유통업체, 그리고 대형마트까지 모두 공생할 수 있는 획기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능희 부국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