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리 대첩의 김좌진 장군을 모를 사람은 없다. 청산리는 백두산 북쪽 산자락에 있는 고을이다. 왜병을 궁벽한 산골짜기로 유인해 몰살을 시켰던 독립군의 승전을 우리가 잊을 수는 없다. 잃어버린 나라를 찾자고 만주벌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김좌진 장군의 아들 김두환은 서울 장안에서 일인들을 주먹으로 패대기를 치면서 우리를 후련하게 했었다. 일제시대 김두환은 깡패두목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누가 그를 못된 깡패라고 할 것인가. 친일파의 아이들은 대학에 가서 박사학위를 딸 수 있었지만 독립지사의 아이들은 학교에 갈 형편이 될 수 없었다.

해방이 되자 김두환은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는 의리하나 빼놓으면 아무것도 없다고 공인했다. 옳으면 하고 그르면 하지 않는다. 이것이 그가 믿는 올바른 길이었다. 그러나 정치판에 들어와 보니 김두환의 눈에는 구린 것들만 걸려들었다. 어느 것 하나 깨끗한 것이 없었다. 권모술수에다 뒷거래, 흥정, 모함, 험담 등으로 생사람을 떡 먹듯이 잡아먹기도 하고 병신, 바보로 만들어 재기불능의 상태로 모든 일을 눈 하나 깜짝 않고 해치우려는 꼴들을 김두환은 정치판에서 알게 되었다. 입심만 앞세우고 뒤로는 엉터리 짓거리를 서슴지 않는 정치판을 김두환 만큼 적나라하게 꼬집어주고 그 판을 떠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가 국회의 단산에 섰다. 그리고 국무위원들이 배석해 있는 곳을 향하여 묘한 눈길을 한번 주고는 입만 살아가지고 거짓말을 일삼는 놈들이 제일보기 싫다. 이러한 내용으로 들리는 말을 김두환은 퍼부었다. 아마도 김두환은 부정부패가 하늘을 찌를 만큼 독해 천지를 구린내 투성이로 느꼈던 모양이다. 이렇게 몇 마디 말을 투박하게 퍼부은 다음 국무위원들을 향하여 똥물을 사정없이 뿌려 버렸다.

똥물을 뒤집어 쓴 총리를 어찌할 바를 몰랐고 의젓하게 앉아있던 장관들은 졸지에 분뇨 통에 들어간 꼴이 되어 구린내를 맡는 것이 아니라 온몸에 묻혀 버리게 되었다. 삽시에 수라장으로 변한 국회의사당 안 역시 구린내로 진동을 했다. 이렇게 김두환은 썩은 정치를 풍자해 주었다. 이러한 와중에서 김두환은 쩌렁쩌렁하고 투박한 목소리로 이 분뇨는 파고다 공원의 공중변소에서 퍼왔다. 꿋꿋하고 부끄러움이 없었던 선현들이 독립을 외쳤던 정신이 서려 있는 곳의 공중변소 분뇨이니 오히려 더러운 정치판의 구린내보다 더 깨끗하다는 말을 남기고 김두환은 단상을 내려왔다. 그리고 김두환은 정치판을 떠났다.

김두환의 분뇨 통은 말만 잘하고 행동을 엉터리로 하거나 어긋난 짓을 밥 먹듯이 하는 놈을 제일 싫어한다던 공자의 말을 생각나게 했다. 정치를 할 만큼 배운 다음에 정치를 해야지 그렇지 않고 입만 믿고 정치를 하겠다고 덤비면 어느 날엔가 망신을 당한다. 김두환이 국회의사당 안에다 분뇨를 뿌린 행위는 구린내 나는 생각들로 그득한 정치꾼들을 통렬하게 패주었던 셈이다. 통쾌한 깡패의 짓이 오히려 뒤로 호박씨 까는 간사한 무리들의 모함보다 속을 후련하게 한다. 세상 사람들이 김두환의 짓을 어떻게 볼까?

어쩌면 구린내를 없애려면 구린내 나는 것이 제일이라고 농을 걸을 런지도 모르겠다. 연말에 대선을 앞두고 정당은 정당대로 대선 주자는 대선주자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누가 까치이고 누가 까마귀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구린내는 싫고 향내는 좋다. 부디 향내 나는 세상, 향내 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그렇게 바랄 뿐이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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