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에 이어 '덴빈', '산바'가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농심(農心)이 썩어들어가고 있다. 애지중지 가꾼 한해 농사가 태풍이 몰고 온 강풍과 집중호우로 엉망진창이 됐기 때문이다. 농작물은 농민들에게는 자식과 다름 없다. 경제 가치를 떠나 내새끼 키우 듯 지은 농작물이 생명력을 잃어갈 때 그야말로 농민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일 것이다.

도시민들이 겪는 단순한 재산 피해와는 비교가 안된다. 물론 도시민들에게도 청천벽력이지만 농민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의 실망과 원망이 교차한다. 이번 농작물 피해는 더욱 아쉽다. 하늘이 작심한 듯 몰고 온 태풍으로 농민들은 눈뜨고 당한 꼴이 됐다. 초강풍은 사과 등을 떨어트려 상품 가치를 하락시켰고, 집중 호우는 포도 등을 쓸모 없이 만들었다.

이제는 복구에 온힘을 쓸 때다. 정부와 지자체는 태풍 피해와 관련해 복구에 필요한 예산을 긴급 편성해 농민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예산지원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적재적소에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옛말이 있다.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뜻이다. 우리 부모님들의 터전인 농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태풍 피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단순히 한해 농사를 망친 것으로 치부하면 안된다. 열흘 후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농촌에 계신 우리 부모님들이 고향을 찾은 아들·딸을 맞이하면서 다시 한번 눈시울이 불거지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태풍 피해 지원에 국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태풍으로 입은 생채기가 정부의 보살핌으로 하루 빨리 치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성진 사회·교육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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