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에는 유독 대형 태풍이 한반도를 덮쳐 여물기 시작한 농산물에 많은 피해를 입히며 농촌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 태풍의 진로에 있던 해안가에는 농작물들이 백수 피해를 입어 수확을 포기하고, 내륙지방도 쓸만한 농작물은 추풍낙엽이 됐다. 여기에 이상 기후로 인해 미국 등 세계 주요 곡물 생산국의 극심한 가뭄으로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품목인 밀, 콩, 옥수수 등의 국제 곡물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곡물 가격 급등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물가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농가의 소득구조에도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 곡물가격 급등이 국민 생존 위협


곡물가격 급등은 수입국가 국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며 2007년과 2008년 멕시코·방글라데시 등 30개국에서 폭동을 유발했고, 재스민 혁명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경제 성장은 느려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을 높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으로 2010년 기준으로 식량자급률이 26.7%에 불과하다. 밀가루의 경우 자급률이 0.8%이고, 축산농가의 사료에 빠질수 없는 옥수수는 1% 미만, 두부와 각종 두유제품으로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콩도 자급률이 9%에 불과하다. 곡물을 완벽하게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업친데 덮친격으로 한우 적정 사육두수는 250만 마리이지만, 현재370만 마리가 사육돼 농촌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

농촌의 급속한 고령화와 이주 등으로 빈집과 경작을 포기한 농토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를 위탁받아 지속적인 농업 경영을 통한 농촌의 자력 구조를 제도적으로 완성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농정은 장기적·종합적인 관점에서의 계획보다는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른 대책마련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농민들도 정부가 수매를 통해 일정 가격을 보장해 주고 일손이 적게가는 논 농업 위주로 일관하고 있다. 인간이 생존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의·식·주 가운데 경제사정이 어려우면 입고 거주하는 문제는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가 여러 단계에 걸쳐 있지만, 먹는 문제는 일시에 파동을 겪을 수 밖에 없어 장기적이고 치밀한 국가 생존전략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분야다. 농업에 대한 수 많은 보조금을 통합, 생산 장려에 집중 투자해 규모의 경제학을 통한 판을 키우는 데 우선 치중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 식량 자급률 높이는 정책 필요


그러기 위해서는 휴경지 및 방치된 생산이 가능한 농토에 대한 정밀조사와 지역별 거점 위탁영농회사를 설립해 실질적인 농업 생산성 향상을 통한 식량·사료작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정책으로의 일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곡물시장에서는 곡물의 원활한 수급보다 더 큰 문제로 투기자본인 헤지펀드들이 장부상 거래를 통해 시세 차익을 노려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는 양은 2∼3% 미만이라는 보고서가 나와 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농업이 바람을 타며 축산에서 배출되는 가축의 분료를 비료로 만들어 자연 순환 사이클링이 주목받으며 국민의 혈세를 보조금으로 지급해 전국에 수 많은 퇴비 생산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보조금의 약발이 다하자 이익은 고사하고 적자에 허덕이다 폐업을 단행하는 업체가속출하며 당초 보조금을 투입한 목적을 의심케 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혹독한 시련을 요구했던 IMF 당시 토종 종자업체들이 외국의 종자업체와 결탁한 헤지펀드들에 헐값에 팔려 나가자 '식량주권'을 외쳤던 것이 바로 5년 전이다. 헐값에 팔렸던 토종 종자 브랜드를 되찾기까지 5년의 뼈아픈 시간과 몇배로 부풀려진 가격을 주고도 알짜배기 토종 브랜드는 찾아오지 못한 우리나라의 식량주권과 농업정책의 현실을 잊지말기를 바란다.



/주현주(보은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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