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4월 10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은행 창구 영업 마감시간을 현행 오후 4시 반에서 3시 반으로 1시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금융노조는 어제 올해 공동 임금·단체 협상에서 이를 관철 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결론부터 얘기 하면 금융노조의 발상은 한마디로 고객 편의를 외면한, 전형적인 '노조 이기주의'다.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지난 97년의 외환위기 때를 상기해보자. 지금은 '민영화'됐다고 억지 주장을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대부분의 은행들은 사실상 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이었다.
공적자금으로 부실 채권을 메워 살아나지 않았는가. 공적자금이 무언가. 바로 국민들의 세금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민들의 편의는 뒷전이니, 물에 빠진 사람 살려놓았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 아닌가. 뻔뻔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금융노조는 현재 창구 이용 고객 비중이 전체의 23%에 불과해 마감시간을 앞당겨도 고객 불편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한다.
지난 2002년부터 토요일에 문을 닫았어도 별 어려움이 없지 않았냐는 것이다. 금융노조원들에겐 시장 상인 등 오히려 영업시간 연장을 원하는 고객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직접 대면 상담을 바라는 고객들의 바람은 또 어찌할 것인가.
금융노조원들의 어려움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다. 오후 4시 반에 영업 창구 문을 닫아도 잔업 처리 등을 하다 보면 오후 8시를 훌쩍 넘겨 퇴근하기 일쑤라고 한다.
또 과당경쟁으로 노동 강도는 강해지는데 은행들이 시간외 수당을 정확하게 계산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 손해를 고객에게 전가하려는 건 옳지 않다. 고객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득만 챙기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금융노조는 한 때 점심시간에도 영업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여론의 호된 질책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금융노조가 대(對)고객서비스를 하찮게 여기고 있다는 단적인 예다. 창구 영업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발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은행은 경쟁을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순리다.
고객제일주의는 단순한 구호에 그쳐서는 안된다. 노조가 원하는 것이 아닌,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바른 길이다.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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