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업무의 부름을 받을 때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미국의 스모키 린이라는 소방관이 1958년 불에 갇힌 어린이 3명을 구하지 못한 괴로움에 시달리다 쓴 '소방관의 기도'의 한 구절이다.

소방관들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선 언제든 화마 속으로 뛰어들 준비가 돼 있다. 한해 평균 6~7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300여명이 부상을 당하지만 근무 여건은 좋지 않다. 소방관들 사이에 '주주야야비비'라는 말이 회자된다. '주'는 주간근무, '야'는 야간근무, '비'는 휴일을 뜻한다. 2교대로 주 80시간 넘게 일하기 일쑤지만 기본급 외에 받는 것은 위험수당 5만원과 화재 진압수당 8만원이 전부다. 평균 수명은 58.8세로 남성 평균에 비해 무려 18세나 낮다. 힘든 여건 속의 소방관 처우를 개선해 주지는 못할망정 현장과 모순된 행정으로 사기를 꺾어서는 안 된다. 충북 소방관들이 충북도와 도소방본부에 갖고 있는 불신과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최근 취재를 하며 만난 한 소방관은 "지난 번 초과근무수당 소송 때문에 윗선에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일련의 상황들이 지난 5월 발생한 초과근무수당 지급 요청 소송에 대한 앙갚음 때문이라는 것이 일선 소방관들의 하나같은 생각이다. 소방관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행정이 절실하다. 도와 도소방본부는 일선 소방관들이 업무에 어려움 없이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컨트롤타워'지 위에서 군림하는 '여왕개미'가 아니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기원 사회·교육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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