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년의 세월. 그 세월을 한민족과 동고동락해온 것이 있다. 바로 '고려인삼'. 고려인삼은 우리민족과 뗄 수 없는 문화이자 역사요, 산업이 돼 버렸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 인삼산업은 세계시장의 도전 속에 자유롭지 못하다. '인삼종주국'이라는 자부심에 취해 전근대적이고 안일한 사고에 매몰됐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우리가 안주함에 도취해 있을 당시 외국에서는 인삼의 효능을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시도가 시작됐다. 인삼에 대한 근본적 연구를 시작으로 최첨단 생산라인을 갖췄다. 여기에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까지 구사하고 있어 세계 시장 속에서의 고려인삼이 설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민족을 겨냥한 세계 각국의 한판 도전장. 위기일발 속에서 고려인삼의 부활을 선언한 곳, (주)농협고려인삼(대표 배삼근).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이 기업은 다양한 홍삼제품 개발과 판로개척으로 인삼 종주국의 명예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충북 증평군에 터를 잡은 이들의 사업계획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고려인삼의 역사, 그리고 세계인의 도전장



고려인삼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인삼은 당시 공물 또는 왕실의 재정확보에 사용됐고 특히 고려시대부터는 국가의 중요한 무역품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인공재배와 홍삼가공 기술이 발전되기 시작해 국가재정에서 인삼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졌다. 이후 17세기 후반에는 일본과 조선, 중국을 잇는 동아시아 삼국교역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같은 역사는 어디까지나 종주국 명예였다. 세계 어느 나라 인삼보다도 효능이 뛰어난 덕분에 고려인삼의 아성을 따라올 곳이 없었다. 결국 그렇게 고려인삼은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자화자찬에 머물렀다.

하지만 세계시장은 그렇지 않았다. 인삼에 대한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인삼을 재배하고 자국의 인삼의 탁월성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고려인삼을 이기기 위해 '인삼은 체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라든가 '서양인에게는 도저히 맞지 않는 게 바로 고려인삼'이라는 헛소문을 퍼뜨리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계 인삼물량의 70%를 거래되는 홍콩에서의 고려인삼의 점유율은 1990년 기준으로 24.4%(금액 기준)였으나 2002년에는 9.6%로 줄어드는 등 근근히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직면했다.

고려인삼이 종주국의 명예를 이어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품질관리 측면에서 잔류농약과 중금속 함유 문제 등으로 국내외 유통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삼품질관리센터 등과 같은 기관을 설립,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품질관리로 고품질화로 국내외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유통질서 확립 측면에서 현재 한국 인삼산업은 원산지 구별(국내산과 외국산), 국내 생산지 구별, 연근구별(4년근과 6년근)할 수 있는 생산이력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미래인삼을 선도하는 '한삼인'



농협고려인삼이 야심차게 내놓은 브랜드는 바로 '한삼인(韓蔘印)'. 2000년 브랜드로 개발된 '한삼인'은 7년을 이어오면서 국내외 시장에서 고려인삼의 자존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1996년 인삼전매제도 규제가 해제된 후 1999년 8월 개정된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2000년 7월1일 기존의 농업협동조합(농협)과 축산업협동조합(축협) 및 인삼협동조합(삼협)이 통합되면서 농협고려인삼의 태동이 준비된다.

인삼경작인의 실익증진과 인삼산업발전에 기여를 목적으로 2002년 설립된 농협고려인삼은 농협중앙회 전액 출자로 엄격하고 위생적인 제조관리를 통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홍삼제품을 제조·유통에 나선 것이다.

'최선을 다하여 최고를 추구하자'는 사훈 아래 제조본부 60명, 서울사업본부 55명 등 115명의 직원이 종사하고 있으며 이중 연구소에서 인삼의 성분을 분석하고 제품개발의 산실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연구원은 모두 8명이다.

현재 전체 조합원 237만3000명과 1,386개의 회원농협으로 구성된 '한삼인'은 한국 최대의 협동조합으로 엄격한 인삼경작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보다 후발상품인 만큼 철저한 제품생산 관리에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노력은 국내유명백화점과 대형할인점, 농협하나로마트 등 1000여 매장을 비롯, 중국과 홍콩 대만 일본 미국 캐나다에 고품질 홍삼을 수출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농협고려인삼의 대표제품은 홍삼을 이용한 홍삼농축액과 분말, 순액 드링크 및 기능성식품 등 32개 종류에 150여개. 수삼을 비롯 홍삼농축액, 홍삼환, 홍삼순액, 홍삼드링크, 홍삼기능성식품(비누, 초콜릿, 캔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전 분야로의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결국 지난해 연매출 320억원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매출목표는 이보다 60억원 정도 늘어난 380억원으로 잡고 있다. 국내 홍삼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고 있는 것을 감안할 경우 아직은 초보적 단계이지만 까다로운 제품관리로 해마다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철저한 관리로 경쟁력 이끌어



농협고려인삼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인삼의 쾌적한 생장여건을 마련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 기업은 양질의 인삼생산을 위해 지세, 기후, 토양조건을 꼼꼼하게 따진다. 이렇게 선정된 예정지를 인삼경작에 적합한 토양으로 만들기 위해 1∼2년 동안 깊이갈이, 영양관리, 청초시용, 토양소독 등의 지속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체형 좋은 양질의 인삼이 생산될 수 있도록 우량묘삼을 식재한 후 수확 때까지 회원인삼농협에서 인삼포에 대해 전담 인삼경작 지도사를 배치하여 우량인삼 생산을 위한 경작지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주)농협고려인삼에서는 원료수삼 수매시 수매 전담직원이 수매대상삼포에 대해 품질수준, 수확예상량 등의 사전조사 실시 후 수매심의위원회에서 수매대상자 선정, 수매적격품 기준, 수매가격, 기타 수매에 관한 주요사항에 대해 까다로운 심의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수매된 원료수삼은 제조용도에 맞게 분류되어 제조·가공을 통하여 '한삼인'이라는 브랜드로 집약되는 것이다.



세계인 관광코스로의 도약이 꿈



농협고려인삼은 고려인삼의 자존심 회복의 꿈을 충북 증평에 풀어놓을 계획이다. 이들은 이를 위해 지난 2월22일 충북도와 1000억원대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농협고려인삼은 증평군 증평읍 초중리 일대 8만5,268㎡(2만6000여평) 부지를 확보하고 오는 2018년까지 9년동안 투자계획을 세웠다.

1단계 사업으로 내년 2월 착공해 2009년 초 입주예정인 이 신축공장은 연면적 2만5000㎡(7500여평)에 생산동 기숙사 사무실 연구동 박물관이 들어서게 된다.

특히 생산동의 경우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시설을 완비한 단위 가공공장을 증축할 예정이다. gmp는 우수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안전하고 우수한 품질의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토록 하는 기준으로 작업장의 구조, 설비를 비롯해 원료의 구입으로부터 생산, 포장, 출하에 이르기까지의 전 공정에 걸쳐 생산과 품질의 관리에 관한 체계적인 기술을 말한다.

농협고려인삼은 이와함께 사옥 내에 인삼박물관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역사와 종류, 우리나라 지역별 인삼의 특징, 한국삼과 외국삼(화기삼)과의 비교, 인삼 관련 각종 제품 및 관리법, 복용법, 응용요리 등에 이르기까지 인삼 관련 정보가 총망라돼 전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증평군이 인삼주산지로 떠오르면서 이곳을 중심으로 인삼관광 벨트화하겠다는 전략은 1차산업을 3차 서비스 관광산업으로 발전시켜 지역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시킬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와관련 농협고려인삼은 부지 내 야외공연장을 만들어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에게 개방할 방침이다. 이곳에서 늘 살아 숨쉬는 지역문화를 선도하겠다는 농협고려인삼의 의지가 담겨있다. 인삼경작농민은 물론 나아가 증평군민, 충북도민, 한국인과 함께하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21세기 농업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성아 기자 yisunga@



<회사연혁>



1996.02월 (구) 고려인삼협중앙회 고려인삼청 설립

2000. 07월 (구)농협중앙회와 (구)인삼협중앙회 통합

2001. 05월 인삼판매장 이전 및 농협홍삼 '한삼인' 대리점 모집

2002. 08월 (주) 농협고려인삼 자회사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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