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카페가 청소년들의 탈선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주민등록증을 사고 파는 것은 물론 신분증을 위조할 때 악용되는 스티커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단어 검색 만으로 쉽게 주민증 거래 현장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청소년 주변에 널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증 거래 가격이 평균 3만∼5만원 선이라니 쉽게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다.


- 인터넷서 신분증 구입 이유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단골 손님들이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업소에서 싸움이 벌어져 경찰에 신고했더니 그 단골들이 10대였다. 주민증을 위조해 성인인 척 해 온 것이다. 1994년생인 한 고교생은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 들어가기 위해 주민증의 숫자 '4'의 일부분을 파내 '1'로 바꾼 뒤 1991년생으로 위장하려다 주인에게 걸려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술·담배를 구입하거나 술집에 출입하기 위해 위조한 주민증을 갖고 다니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국회 김태원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공문서 위변조로 적발된 미성년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올해 8월 현재까지 청소년 5940명이 신분증을 위조한 혐의 등으로 검거됐다. 2009년 1452명, 2010년 1507명, 2011년 1503명, 올들어 8월 현재 1478명으로 증가 추세다.

학생들은 주민증 숫자와 같은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거나 글씨를 파내 생년월일을 위조하고, 성인 주민증에 사진을 붙여 위조하는 수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주민증을 사용하거나 남의 주민번호를 이용해 인터넷 게임 사이트에 가입해 게임 머니를 구입하는 등 주민등록법 위반 청소년도 급격히 늘어났다. 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성년자 주민등록법 위반 검거 현황'을 보면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청소년 2225명이 다른 사람의 주민증 등을 부정 사용하다가 적발됐다.

2008년 221명, 2009년 387명, 2010년 526명, 2011년 627명으로 4년 만에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적발된 학생도 464명이나 됐다. 주민증 도용이나 위조가 엄연한 범죄 행위지만 죄 의식 없이 버젓이 이뤄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정 목적을 갖고 신분증을 위조할 경우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엄벌에 처해질 수 있지만 '남들도 하니까' 하는 식으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민등록법상 신분증을 구입한 사용자는 처벌할 수 있지만 판매자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신분증 거래를 적발해 처벌하기 어렵다고 한다. 신분증을 판매한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유사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신분증 거래 위조가 범죄 행위라는 인식을 갖도록 교육당국의 특별 교육도 필요하다.


- 대선 후보로부터 외면받는 청소년


많은 청소년들의 상황이 이런데도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은 이에 대해 입 한번 뻥긋하지 않는다. 서로 물고 뜯고, 폭로전 일색일 뿐 '국가의 미래'인 그들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선거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표 없는 아이들일 뿐이라는 생각인지 아니면 아예 신경 쓸 대상이 아닌지 묻고 싶다. 어릴 때부터 범죄에 익숙해진 그들이 성장하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겠는가. 경제 민주화, 복지, 청년 일자리 창출 등 허구적인 선언과 천명, 체감할 수 없는 원칙론으로 국민들을 기망하지 말고 진정으로 국가를 위해 출마했다면 구체적·현실적·실제적인 공약에 미래의 운명이 달린 청소년 문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그 아이들도 몇년 있으면 그들을 심판할 수 있는 유권자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헌섭 편집부국장 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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