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규 원장의 생활 동의보감

내일이 입동이니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됩니다. 상강부터는 추위에 상하는 일이 많으니 이미 겨울 문턱을 넘어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리나라 겨울철은 날씨가 건조하고 한랭하기 때문에 차가운 날씨에 몸을 상하기 쉽습니다. 특히 노약자는 불의의 환난을 당하기 쉬우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올 겨울 초반은 그리 심하게 춥지 않을 것입니다. 대체로 내년 1월 중순까지는 예년보다 온난한 날씨가 이어지겠으나, 그 후 3월 말까지는 매우 추운 날씨가 예상되오니 이에 대비해야겠습니다.

먼저, 추위를 막기 위해서는 겨울 의복을 갖추어 입어야합니다. 두꺼운 옷 한 벌보다는 여러 벌을 겹쳐 입는 것이 보온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내복은 추위를 이기는 좋은 방법으로 난방비도 절약되니 일석이조입니다. 젊은 사람 중에도 건강을 과신하거나 자랑하여 의복을 허술히 입었다가 차가운 기운이 몸에 잠복하여 지병으로 발전하는 예를 많이 보았습니다. 겨울에 배꼽이나 무릎을 내놓고 다니시는 여성분들도 있는데, 차가운 기운이 자궁과 뼛골에 침입하여 자궁이나 난소에 질환을 만들거나 골병에 이르게 합니다. 평소 몸이 냉하여 추위를 많이 타시는 분은 목도리나 스카프를 항상 두르고 다니는 것이 추위를 막는 좋은 습관입니다. 차가운 바람은 주로 목 뒤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는 여름철 냉방병을 이기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겨울철에는 난방 때문에 문이나 창문을 꼭꼭 닫고 생활하기 쉽습니다. 따뜻한 공기가 통풍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세균이 번식하여 질병에 시달리거나 이로 인하여 감기에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날씨가 청명한 날, 한 번씩 환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철 난방은 온돌이 가장 좋습니다. 온돌은 고조선 시대부터 사용했던 우리 민족 고유의 난방방식으로 그 우수함이 널리 인정되었습니다. 한편 전통 한지는 통풍과 보온이 뛰어납니다. 한지로 문과 창문을 바르고 바닥을 뜨겁게 하여 앉거나 누워있으면, 방안 공기는 통풍이 잘되어 서늘하게 유지되면서 뜨거운 기운이 온몸을 감싸 기혈 순환을 도와주므로 건강에는 가장 좋은 조건이 됩니다. 건조해지기 쉬운 계절이므로 습기 유지에도 만전을 기해야겠습니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으로 빨래를 아랫목에 말리는 것은 일석이조의 좋은 방법입니다.

겨울철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날씨가 추워 기력 손상이 커지니 수면을 충분히 취해야 합니다. 동물들이 동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늦게 일어나도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야 합니다. 겨울철에는 계절의 하강하는 기운을 받기 위하여 머리를 서쪽으로 두고 자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철에는 특히 아침식사를 잘해야 합니다. 추위는 정혈을 손상시키므로 식사를 통하여 보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겨울이 오기 전에 김장을 담거나, 시래기를 준비하여 삼동추위에 국이나 찌개에 넣어 먹었는데 겨울철 부족해지기 쉬운 채소를 보충하는 지혜입니다. 좋은 한우의 소뼈를 구하여 사골국을 만들어 먹는 것도 정혈을 보충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녹용 소비가 가장 많은 국가입니다. 이는 녹용의 우수성을 일찍이 알았기에 이를 잘 활용한 측면도 있지만, 겨울철 차가운 날씨에 손상된 정혈을 녹용이 가장 잘 보충해주기 때문입니다. 삼동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노약자는 체질과 병증에 맞는 처방에 녹용을 가하여 복용하면 겨울철 환난을 이겨내기 쉽습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손발과 얼굴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추운 날씨에는 찬 물로 먼저 씻는 것이 몸에 들어온 한사를 밖으로 빼내는 좋은 방법입니다. 갑자기 더운 물로 씻으면 씻은 부위가 잠시나마 가려워지는데 이는 차가운 기운이 안으로 응축되는 것으로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겨울철에는 운동과 여행을 삼가야 합니다. 정혈을 안으로 간직할 시기이므로 동물들이 동면하듯 조용조용 활동해야 합니다. 장거리 여행도 정혈의 손상을 크게 가져옵니다. 특히 따뜻한 지방으로 여행하면 건강을 크게 상하기 쉽습니다. 이듬해 봄이 오면 몸살과 비슷한 증상이 생기면서 온몸이 나른해지고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됩니다. 장거리 여행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봄이 되기 전에 미리 정혈을 돋우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성생활도 삼가야 합니다. 정을 간직하는 시기이므로 잘 보관해야 몸이 튼튼해집니다.

겨울철 가장 흔한 질병은 감기입니다. 대체로 가벼운 질병으로 취급되나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위험한 질병입니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손발을 정결히 하고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합니다. 감기 바이러스는 항상 존재하지만 특히 겨울철에 감기에 잘 걸리는 것은 추위에 기력이 손상되었기 때문입니다.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이므로 독감예방접종 등으로 예방되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체력을 키워 인체 스스로 바이러스에 대항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감기치료 또한 대증치료에만 매달리면 증상은 약해지나 장기화되어 고질병으로 변질되기 쉽니다. 감기 초기에 한방치료를 받으면 쉽게 치료됩니다. 통상 사용되는 침, 뜸 그리고 체질과 병증에 맞춘 한방 감기약은 증상완화뿐만 아니라 기운을 돋우어 바이러스를 몰아내므로 근본 치료가 가능합니다.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감기가 오래가는 것은 체력이 많이 손상된 증거이므로 스스로의 생활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식생활, 수면생활, 성생활, 직장생활 등에서 무리한 것은 없었는지 살피고 이를 먼저 개선해야겠습니다. 더불어 기운을 보강하는 한방치료를 겸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여 겨울철 편안히 지내시기 바랍니다. [끝]

박성규 예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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