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충북 괴산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주민을 만났다. 그는 대뜸 "보은군민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호국원이 보은군으로 낙점됐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투쟁으로 괴산군으로 넘어왔고, 보은 주민들이 보훈처에 요청했던 것에 +a가 더해져 괴산군이 오히려 더 많은 혜택이 볼 수 있게 됐으니 '투쟁은 보은군이 하고 혜택은 괴산군이 봤다'며 당연히 감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어정쩡한 인사라 뒤 맛이 영 씁쓸했다.


- 공감대 얻어야


최근 보은군은 삼승면 첨단산업단지에 LNG화력발전소 유치를 두고 해당 지역 주민들이 삭발은 물론 천막을 치고 주말도 반납한 채 유치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반대 주민들은 '발전소가 건설되면 발전소가 내뿜는 유해성분과 엄청난 양의 수증기로 인해 안개 일수가 늘어나 사과 등 과일의 착색 불량 및 각종 질병이 만연해 과수농사가 주업인 농민들이 살 수 없고, 제 값을 받을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또 대량의 이산화탄소, 질소화합물 발생으로 인한 열섬현상으로 혹한과 혹서, 열대야가 심각해져 가뭄·호우로 인한 재산피해와 청정 농산물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토지·농산물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은군이 유치를 철회할때까지 굳건한 투쟁을 결의하며 삭발에 천막농성, 가두 유세차량까지 등장시켰다. 이에반해 보은군은 "청정연료를 사용해 주민들이 우려하는 환경피해가 전혀 없고, 안전성도 입증된 시설"이라며 "발전소 주변 지원사업비 150억원과 한해 최고 5억원에 달하는 특별지원금 및 인구증가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보은군과 반대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주장을 듣고 의견을 접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서로가 상대방이 자신을 속이고 미덥지 못한 방법 즉, 보은군은 무조건 밀어 붙이려 하고 있고, 주민들은 덮어 놓고 반대한다는 선입견을 전제로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대화없는 평행선은 호국원 사례와 같이 민심은 민심대로 찢어지고 그 과실은 엉뚱한 곳에서 취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군은 발전소 건립과 운영 및 가동 계획, 주민 지원 방안, 주변 지원 사업비, 다른 지역에서의 유해성 조사 결과 등의 자료를 정확히 제공하고 반대위 주민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또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조상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내주는 농민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 지역 발전에는 한 뜻이지만 검증 방법이 다른 방법론적인 면의 차이를 인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반대 주민들도 무조건적인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 보다는 정확한 자료와 사례를 제시하고, 끝까지 각종 합동조사나 토론회 등에 참여해 공동 노력한 뒤 도저히 안될 것 같으면 그 때 협상결렬을 선언한 후 민심을 모아 본격적인 반대 투쟁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첨단산업단지 조성이라는 기본 틀에 합의해 지금까지 온 만큼 LNG화력발전소가 아닌 다른 대안이 있다면 충분히 제시해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 합동조사단 제안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삼승면 주민과 반추위, 언론, 의회, 보은군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만들기를 제안한다. 합동조사단이 삼승면 주민과 반대투쟁위원들이 겨울 바람을 맞으며 반대하는 이유와 그들이 원하는 지역을 방문해 충분한 조사와 주민 의견을 청취한 뒤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한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면서도 의연했던 것은 비록 참정관들이 자신에게 죽음을 내렸지만, 그들은 국민들이 민주적인 방법으로 투표를 통해 선출한 대표자이기에 '악법도 법이다'를 외치며 죽어갔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충분한 토론과 협의 과정을 거쳤다면 수긍하고 상대를 상생의 파트너로 인정할 때 지방자치는 한층 성숙해 질 것이다.




/주현주(보은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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