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비가 많이 와서 초홍은 미생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나가지 않았으나, 미생은 약속을 지키려고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기다리다 물이 차올라 익사했다는 고사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인구에 회자되다보니 동화로도 출간이 되었다.
혹자는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만나던지, 전화로 미리 연락하면 될 것을 어리석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굶기를 밥 먹듯 했다는 기성세대에게 밥이 없으면 라면을 끓여 먹지 그랬느냐고 하는 신세대들이니 당연히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눈을 씻고 봐도 미생 같은 사람이 없는 시대니 정직과 신의, 융통성을 주제로 한 권선징악적 철학 동화로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끼리도 미생지신을 예로 들면서 상대방을 어리석다고 공격한 사례가 있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바꾸는 사람을 융통성이 탁월하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변화를 핑계로 신의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세태가 되다보니 융통성이 조금 부족해도 정직하게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을 국민은 신뢰하고 존경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제일 먼저 시행한 무상급식이 타도의 부러움을 사면서 전격적으로 시행되었지만, 예산을 편성하는 시기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분담 비율로 인하여 양 기관의 갈등이 표면화 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며 도민의 한사람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2013년 급식비 예산은 식품비 560억원과 운영비 71억원, 인건비 315억원을 합한 946억원이 필요하니 당초 약속한 50대 50으로 473억원씩 분담을 해야 맞는다. 그런데 충청북도는 운영비와 인건비가 많다고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하자고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생활물가 지수와 인건비가 5% 이상 오른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이런 명분 아닌 명분으로 트집을 잡는 것은 적게 부담하고 무상급식 생색만 내겠다는 정치인 집단 같아 보여서 볼썽사납다.
결국 충청북도는 운영비와 인건비를 합한 386억원 가운데 운영비는 예년과 같이 23억원. 무기 계약직 처우개선수당은 지자체 직원들에게도 지급 못하니 인건비144억원을 합하여 167억원만 부담하겠다고 한다. 나머지는 충청북도 교육청에서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보도된 것을 보면 인근 충청남도나 대전시는 지자체에서 60을 부담하고 교육청에서 40을 부담한다고 한다. 거기와 맞춰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약속한 50을 이행 하라는 것인데 말이다.
하도 한심하니 합리적이고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도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어른들이 하는 말도 안 되는 논쟁을 학생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충청북도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 떼를 쓰는 형국" 이라며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전국에서 제일먼저 무상급식을 실시하였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업적으로 홍보 해온 것을 도민들은 익히 알고 있다.
누구나 실천하는 지도자를 원하지, 말을 앞세우며 홍보만 신경 쓰는 리더를 어느 도민이 신뢰하겠는가. 당초 50대 50으로 분담하기로 한 원칙에 합의했으면 약속한대로 무상급식에 필요한 급식비 총액을 똑같이 50%씩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
약속을 지키느라 목숨까지 잃은, 보지도 못한 미생을 그리워하지 않게.
/이영희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총무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