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전격 사퇴했다. 야권 단일 후보직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양보한 것이다. 안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약속했다"며 "제가 대통령이 돼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말했다.

안 후보의 이같은 양보는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론조사 지지도가 한자리 숫자에 불과했던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므로 그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만약 안 후보가 출마했다면 당연히 서울시장에 당선됐을 것이다. 이때만해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양보라는 말도 들렸다. 더 큰 정치를 위해 서울시장 직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후보 양보를 보면서 그의 서울시장 후보 양보도 진심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는 지금 모든 정치인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정치인들이여! 욕심을 버려라"라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사를 보면 양보와 희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또는 정당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무차별 공격하고 비방하고 온갖 추악한 말과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그러지 않았다.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그는 이번에도 과감히 대통령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그의 후보직 사퇴 원인은 경선룰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후보 등록전 야권 단일화를 약속했다. 이후 경선룰 실무 협상팀이 가동됐지만 여의치 않았다. 협상 하룻만에 '조직동원', '안철수 양보론' 유포 등의 이유로 협상이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다시 재가동된 협상팀은 공론조사, 여론조사 등을 놓고 또다시 대립했다.

협상팀의 단일화 협의가 원활하지 않자 21일 밤 TV 맞짱 토론에서 문 후보가 단독회담을 제의했고 이에 안 후보가 응하므로 22일 비공개 단독회동을 통해 담판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선룰에서 서로간 입장차만 확인했다.

결국 안 후보 캠프는 22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가상 양자대결+지지도 여론조사를 최종 카드로 제시했다. 이 마지막 카드도 문 후보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후보 사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빚어진 파열음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비춰지면서 당초 국민들과 약속했던 '아름다운 단일화'의 본래 취지가 흐려진 것이 그가 후보직을 사퇴하게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후보 양보때와는 달리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당시는 홀가분하게 후보직을 양보하는 모습이었으나 이번에는 굳은 표정과 눈물까지 보이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회견 말미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말한 뒤 말을 잇지 못했으며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라며 울먹였다.

안 후보의 전격사퇴는 캠프내에서도 짐작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과위 후보 등록을 위한 서류까지 챙겼던 그가 사퇴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의 사퇴는 문재인 후보에게도 많은 숙제를 남겼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이제 정치권에 남긴 숙제는 정치개혁이 될것이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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