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공익광고협의회에서 제작한 '당신의 나라 사랑은 어떻습니까?'라는 공익광고를 본 적이 있다. 그것은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1년에 (태극기 다는 날) '하루만',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축구 경기하는 시간) '90분 만',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묵념하는 시간) '1분 만'"으로 전개된다. 이 광고는 간단한 구성에 비하여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정한 나라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한국청소년개발원은 한·중·일 공동으로 세 나라의 중·고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애국심에 관련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설문 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전쟁이 일어났을 때 앞장서서 싸우겠다고 응답한 학생이 우리나라가 가장 적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이 나면 외국으로 도피하겠다는 학생은 우리나라가 가장 많았다. 이러한 믿고 싶지 않은 결과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설문조사에 참가했던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는 교육기관의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충효사상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면서 교육을 실시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애국심은 단군고기 태백일사에서 그 기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문헌에 의하면 당시 원로들은 건국이념을 재건하기 위한 대책회의에서 아홉 가지 맹세문을 결정하고 회의 때마다 낭독했다고 한다. 그것은 '가정에 효도하라, 형제에게 우애하라, 스승과 벗을 믿어라, 나라에 충성하라, 무리에게 공손하라, 정사에 밝게 하라, 싸움터에서 용감하라, 몸을 청렴하게 가져라, 작업에 임할 때는 의로워야 한다' 등으로 정리된다.

보편적으로 애국심은 충의 개념과 유사한 것으로 여긴다. 충은 유교적 도덕규범의 하나로 글자 자체의 의미는 '가운데 중(中)자'와 '마음 심(心)자'가 합쳐져서 중심이 잡혀있는 마음을 가리킨다. 먼저 자기 마음의 중심을 잡고 타인에게 마음을 다하는 정신자세를 의미한다. 중심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줏대 없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반면에 마음에 '충'이 있으면 책임감과 주체성이 강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

애국심은 일반적으로 권위적 애국심과 민주적 애국심으로 이분한다. 권위적 애국심은국가의 지시에 대하여 절대적으로 추종하며 국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민주적 애국심은 민주주의에 입각한 자유나 정의, 평등적 가치에 대하여 충성을 다하는 입장이다.

엄주정은 '충'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이요, 자율적이고 자주적인 것으로 판단하였다. 충의 개념은 진실로 덕의 올바른 실천이며 인격의 완성을 의미한다. 인간은 가정에서 태어나서 양육되고 성장하며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받아 인격을 함양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사회생활 속에서 자기완성과 인격완성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충에 도달한다. 가정에서 자녀교육을 잘 시킨 부모는 조상에게는 충정(忠情)을 국가에는 충성을 다한 것으로 여겼다.

고조선의 단군에서 비롯된 우리나라의 애국심은 고구려, 백제, 신라와 조선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마치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어떠한 사상이나 이념도 이렇게 오랜 세월을 연연히 이어져 오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여기에서 청소년들의 애국심 함양을 위한 교육 방법 재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청소년들에게 현실에 적절한 제대로 된 민주적 애국심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민주적 애국심 교육으로 청소년 개인의 자유와 시민의 권리, 약자에 대한 배려, 저항권 등을 보장받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토대로 청소년들은 국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모순이나 부조리 및 민주주의 실현에 위배되는 잘못된 가치나 견해에 대한 비판적 능력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김재국 세광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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