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예견됐던 대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선거를 3일 앞두고 사퇴하면서 더욱 예단하기 힘든 초박빙 판세로, 선거 결과는 더욱 안갯속이 됐다. 여·야 후보들은 당초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정책 대결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상대 측을 향한 막말 비방과 근거없는 무차별 폭로전 등 혼탁 선거가 극에 달해 선거가 끝난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 이판사판 난타전


민주통합당이 문제인 후보의 비방 댓글 의혹을 제기한 국정원 여 직원 김모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김씨도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에 대해 감금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고, 국정원도 고발키로 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문 후보 측의 공세에 대해 "흑색선전과의 전면전을 선언한다"고 밝혔고, 문 후보 측은 "전면적인 역 네거티브에 다름 아니다"고 비난했다. 경찰이 수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발표하자 민주통합당이 경찰의 선거 개입을 주장하는 등 말 그대로 '이판사판' 난타전이다. 선거 초반 후보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던 '대통합'이나 '새정치'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국민들이 잘살 수 있는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제시한 정책들은 비방전에 가려져 어느 구석에 숨겨졌는 지 보이지도 않고, 국민들은 혼란 속에 빠졌다. 비방전에 올인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민들 선택의 기회마저 빼앗아 버린 셈이다. 오죽하면 문 후보 지원에 나선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가 여·야 후보 모두를 비판했겠는가. 안 전 후보는 대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 자신의 트위터에 여·야 네거티브 공방전과 관련, 일침을 가했다. 안 전 후보는 '과정이 이렇게 혼탁해지면 이겨도 절반의 마음이 돌아선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부끄러운 승리는 영원한 패자가 되는 길이다. 국민은 그런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음에도 여·야 모두 자신들의 잣대로 해석하는 등 소가 웃을 행태를 보였다.


- 집권 야욕만 드러내


선거전 내내 장기간 경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의 고충은 완전히 무시됐다. 먹고 사는 게 힘겨운 국민들에게 대선 후보들이 희망의 빛을 보여주기는 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집권 야욕만 드러냈고, 늘 그랬듯이 민생은 뒷전이었다. 환영받고, 축복받아야 할 대통령 선거가 오히려 국민들을 신물나게 만들었다. 네거티브에만 열을 올려 국민들의 눈을 흐리게 만든 최악의 선거지만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국정 최고책임자를 뽑는 소중한 일 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선거는 보수와 진보의 뚜렷한 대결로 역사의 물줄기가 어디로 흐를 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진흙탕 선거전 속에서 옥석을 분간하기 어렵겠지만 정확한 눈으로 현명하게 후보를 선택하자. 그 것 만이 국민들을 우습게 본 정치권에 본때를 보여주는 일이다.



/김헌섭 편집부국장(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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