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자살예방법'이 제정됐다.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자살예방법에는 자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책무와 예방정책에 관한 사항도 규정되어 있다. 예를들어 자살예방센터와 긴급전화 등 자살 예방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또 정신건강 선별검사 등 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이같은 인프라 구축이 미약한 것 같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합동으로 범정부 자살예방 기본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예방법이 생겼는데도 자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법만 생겼지 제대로 시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살예방 긴급전화가 몇 번인지를 아는 국민이 많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정부가 홍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자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때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중에 1위다. 하루 평균 43명이 자살하고 연간 1만5000여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10대 청소년의 사망률 1위가 바로 자살이다. 왜 이처럼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가. 이는 사회적 요인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지나친 경쟁주의, 상대적 박탈감, 1위만 주목받는 사회 등등 사회 구조가 자살을 부채질 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스스로 자존감을 세우고 생명의 존엄을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도 청소년 교육과 긴급 전화 확충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자살자의 '심리적 부검'을 통해 자살 원인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위험자에 대한 관리에 나서야 할때다. 10대의 자살 원인 1위는 성적, 20대는 취업, 40~50대는 경제와 가족간 갈등 등이라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살 위험자의 조기 발견과 정신건강 선별검사 도구를 개발하여 학교와 공공기관에 보급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위험자로 밝혀지면 의료기관이나 정신보건센터, 자살예방센터 등에서 상담 치료를 받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이같은 제도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자살예방법에도 이 조항이 명시되어 있지만 법만 제장됐을 뿐 시행이 미비한 것이다. 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를 보급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올초 유명 야구선수인 조성민씨의 자살로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 조씨는 2008년에 자살한 톱스타 최진실씨의 전 남편이기도 하다. 일반인이 봤을때 부와 명예를 모두 가졌을 것 같은 이들이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상실감과 우울증 등의 복합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자살 위험인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상담과 치료에 나선다면 자살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에 현재 '정신건강 고(高)위험자'가 368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들은 언제든지 자살을 선택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고위험자 관리만 철저히해도 자살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WHO 조사에 의하면 1명이 자살했을 때 가족 등 주변 사람 6명이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자살 예방은 이제 개인과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관리해야 할때가 된것이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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