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자는 매달 지급되는 특정 업무경비를 자신의 개인 통장에 넣어 사용했다. 특정 업무경비는 당연히 공금인데 개인 통장에 넣어 사용했다는 것은 문제다. 물론 이것이 관례이며 개인 통장에서 빼어 업무 경비로 지출했다는 주장이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업무 경비로 사용했다면 영수증이 있어야 하는데 영수증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특정 업무경비를 횡령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차제에 고위 공직자들의 특정 업무경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예산이 한해 2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업무경비를 개인 통장에 넣어 쓴다면 공금인지 사금인지 모르고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카드로만 쓰게 한다든지, 필히 영수증을 첨부 하도록 한다든지 하는 대책을 내놔야 할것이다. 이럴 경우 상당 금액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후보자는 관례라고 주장하며 억울하다고 말하는 모양이다. 물론 다른 사람도 똑같은 방법으로 이 경비를 사용했는데 왜 나만 추궁을 당해야 하는가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헌법재판소의 최고 수장이 되려는 사람이다.
특정 업무경비 말고도 위장전입, 해외 출장시 부부동반 등 많은 의혹이 쏟아졌지만 다른 부분은 국회의원들도 대체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는것 같다. 그러나 특정 업무경비만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 헌법소원에서 한정위헌 의견을 낸 것과 '위안부의 배상 청구권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헌재 결정에 '정부가 그럴 의무가 없다'고 각하 의견을 낸 것도 문제가 됐지만 재판관으로써 독자적 판단이어서 이를 크게 문제삼는 국민은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에 이어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가 곧이어 있을 예정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김 후보자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이유 중 하나는 인사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벌써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1975년 서초동에 대지 660㎡ 짜리 주택을 구입하면서 당시 8살과 7살이던 두 아들의 이름으로 구입했다.
이 주택이 공시가격으로만 35억원에 달한다 하니 부동산 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 또 증여세는 납부했는지, 변칙 상속은 아닌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예정이다. 두 아들이 모두 병역 면제를 받았는데 이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는 두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결국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병역 비리가 드러난다면 그도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김 총리 후보자는 강직하고 소신있는 법조인으로 알려져 인사청문회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이나 뚜껑은 열어 봐야 안다.
/조무주 논설실장


